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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88> 入耳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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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4-16 20:14:45
  •  |  본지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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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 입(入-0)귀 이(耳-0)뇌물 받을 장(貝-14)

애초에 공문이 아닌 사적인 편지는 열어보려고도 하지 않은 유의의 조심스러움을 지나친 군걱정이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손쉽게 이익을 얻을 수 있거나 손해를 입지 않을 수 있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 한다. 하물며 간사하고 교활한 자라면, 없는 기회도 만들어서 자신을 위한다. 행여 상대가 바늘 끝만치라도 빈틈을 보이면, 결코 놓치지 않고 비집고 파고든다. 유의는 그런 빈틈조차 보여주지 않으려 했다.

"고작 편지인데, 뜯어보는 것쯤이야 어때! 청탁이라도 들어주지 않으면 되지!"라며 자신을 과신하거나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뜯어볼 수도 있겠으나, 과연 편지 내용을 보고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을 이가 얼마나 될까? 청탁을 하는 자가 상대의 거절을 예상하지 않고 글을 썼을까? 청탁 편지를 읽고도 아무런 흔들림이 없이 단호하게 뿌리칠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될까? 그러므로 털끝만 한 빌미도 잡히지 않도록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것이 현명한 처사다.

'목민심서'의 '율기'에 북송 徽宗(휘종, 1100∼25 재위) 때 이야기가 나온다.

孫薪(손신)과 黃葆光(황보광)은 태학에서 함께 공부하던 사이였다. 훗날에 황보광은 御史(어사)로 있다가 處州(처주)에 나갔다. 그때 서리 한 사람이 황보광에게 뇌물을 바치려 했는데, 손신을 통해서 하려고 찾아왔다. 이에 손신이 이렇게 대답했다.

"절대 말하지 말라. 내가 들으면 이것은 入耳贓(입이장)이 된다."
입이장은 귀로 들어온 뇌물, 곧 듣기만 했지 아직 실행하지 않은 뇌물을 뜻한다. 물론 손신은 청탁을 들어줄 생각도 의향도 전혀 없다. 그가 '입이장'이라 한 것은 청탁을 듣는 것 자체가 이미 범죄라는 뜻이다. 실제로 뇌물을 받은 게 아니니 형벌에 저촉되지는 않겠지만, 애초에 청탁을 할 엄두조차 내지 않도록 자신이 제대로 처신하지 못한 잘못은 있다는 뜻이다. 이쯤이면 누가 감히 뇌물을 쓰려고 하겠는가!

예나 이제나 관리라면 지방보다 중앙을 선호해 왔다. 중앙의 고관들은 중앙으로 진출하고 싶어 하는 지방관의 심리를 이용해서 진기한 물품이나 재물을 요구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청탁할 기회를 엿보던 지방관이라면 얼씨구나 좋다 하고 그 요구에 응했을 것이다. 아무도 모르게 일을 처리하면 되리라 여기겠지만, 이미 고을 백성들 모두 알아챈다. 그 밑의 아전이 입방아를 찧어서도 그렇고, 요구에 응하느라 백성을 닦달하며 마구 세금을 거두어 갈 터이므로 또한 그렇다.

고전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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