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될 고(口-2)책 본(木-1)늙은이 로(老-0)임 자(子-0)

전국시대에 ‘竹簡本(죽간본)’에서 ‘帛書本(백서본)’으로 넘어가면서 ‘노자’ 또는 ‘도덕경’에 커다란 변화가 있었다. 물론 이는 판본의 내용에서 그렇다는 뜻이다. 그런데 이에 더해서 매우 상이한 해석도 대거 등장했다. ‘한비자’는 道(도)와 無爲(무위)를 새롭게 해석하여 전제군주의 통치 근거로 삼았다. 반면에 前漢(전한) 때 저술된 ‘노자지귀’는 ‘주역’과 ‘장자’를 비롯해 다양한 사상을 흡수해서 위정자들의 탐욕과 무력 사용을 날카롭게 비판했으며, 특히 유가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한나라 때에는 황로학이 유행하여 처음에는 통치 이념으로 주요한 구실을 했으나, 무제 때 유가사상이 통치 이념이 되면서는 황로학이 사상적 변화를 꾀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개인의 양생술로 전환한 것이다. 양생의 관점에서 ‘노자’를 해석한 대표적인 책이 ‘하상공장구’다. ‘하상공장구’는 왕필의 ‘老子注(노자주)’와 더불어 현재 통용되는 ‘도덕경’ 81장 전체에 대한 온전한 주석서라서 그 역사적 의의가 매우 크다.

오늘날에는 분석적이고 사변적인 ‘노자주’가 가장 널리 읽히고 있으나, 사실 ‘노자주’가 지식인들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기 시작한 것은 宋代(송대, 960∼1279)부터다. 아마도 이는 정교하고 체계적인 불교와, 그 불교의 영향을 받아 철학적 체계를 갖춘 성리학이 위세를 떨치면서 형이상학적인 철학을 펼친 왕필의 주석도 더불어 부각되었기 때문이리라. 특히 근대에 들어서 서양 철학의 영향을 받으면서는 ‘노자주’가 더욱더 중시되었다.

이렇게 역사적으로 ‘노자’ 또는 ‘도덕경’은 그 판본도 다양하고 주석서 또한 적지 않았다. 이는 본래의 ‘노자’나 ‘도덕경’의 모습을 알기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며, 현재적 관점에서 해석하려고 해도 과거의 숱한 해석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후대 사람들의 손을 거의 타지 않은, 현재로서는 가장 ‘古本老子(고본노자)’인 ‘죽간본’을 통해 ‘도덕경’의 처음 모습과 의미를 들여다보는 것이 유익하고 또 긴요하리라 생각한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