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활(水-6) 있을 유(月-2) 두터울 후(厂-7) 얇을 박(艸-13)

문자의 물음에 대해 노자는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自天子以下至于庶人, 各自生活, 然其活有厚薄. 天下時有亡國破家, 無道德之故也. 有道德則夙夜不懈, 戰戰兢兢, 常恐危亡. 無道德則縱欲怠惰, 其亡無時.”(자천자이하지우서인, 각자생활, 연기활유후박. 천하시유왕국파가, 무도덕지고야. 유도덕즉숙야불해, 전전긍긍, 상공위망. 무도덕즉종욕태타, 기망무시)

“천자로부터 서민에 이르기까지 각자 생활이 있으나, 그 생활에는 두터움과 얇음이 있다. 천하에는 때때로 망한 나라와 무너진 집안이 있었는데, 그것은 도와 덕이 없었기 때문이다. 도와 덕이 있으면 아침 일찍부터 밤늦게까지 느슨해지지 않고 두려워 떨며 삼가고 늘 위태로울까 망할까 두려워한다. 그러나 도와 덕이 없으면 욕심대로 함부로 하며 게으름을 피우니, 그가 망할 때는 멀리 있지 않다.”

지고한 천자가 장려한 궁실에서 위세와 화려함을 누리며 살든, 평범한 서민들이 좁다란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보리밥에 된장국을 먹으며 살든 모두 생활이다. 천자와 서민의 처지란 게 누가 보아도 天壤之差(천양지차)요 天地懸隔(천지현격)이지만, 살기 위해 해야 할 일은 별반 다를 게 없다. 천자도 먹지 않으면 뱃속에서 고동소리가 울리고, 먹으면 먹은 대로 똥을 싸지르며, 입지 않으면 으슬으슬 추워서 떤다. 그 얼굴을 龍顔(용안)이라 하고, 그가 앉는 자리를 龍床(용상)이라 하며, 그가 싼 똥을 매화라 부르는 것은 고작 눈속임이요 눈가림일 뿐이다.

생활이란 건 고대광실에 살면 두터워지고 허름한 초옥에 살면 얄팍해지는 것이 아니며, 통치나 정치를 하면 고결하고 노동을 하면 비루한 것도 아니다. 어디서 살든 무엇을 하든 그 사람의 마음이 얼마나 도를 즐기는지, 그 행동거지가 얼마나 덕스러운지에 따라 그 생활의 도타움과 얄팍함이 결정된다. 그 도타움과 얄팍함이 왕실이나 가문의 안정과 위기, 존속과 쇠퇴를 좌우한다. 위태로워지거나 망하는 것이 언제냐고? 누가 그 때를 豫斷(예단)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때가 반드시 오리라는 것은 틀림이 없다. 생전에 오지 않았다면 사후에라도 온다. 그 자손에게!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