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할 선(口-9)것 자(老-5)해낼 과(木-4)뿐 이(而-0)따름 이(己-0)

다음은 ‘죽간본’ 4-2다. “善者果而已, 不以取强. 果而弗伐, 果而弗驕, 果而弗矜, 是謂果而不强. 其事好長.”(선자과이이, 불이취강. 과이불벌, 과이불교, 과이불긍, 시위과이불강. 기사호장)

“잘하는 자는 그저 해낼 뿐,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 해내더라도 자랑하지 않으며, 해내더라도 우쭐하지 않으며, 해내더라도 뽐내지 않으니, 이를 ‘해내면서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한다. 그런 일이라야 좋고 오래간다.”

果(과)는 야무지다, 해내다는 뜻이다. 而已(이이)는 ∼할 뿐이다, ∼일 따름이다라는 뜻이다. 取(취)는 잡다, 하다, 부리다는 뜻이다. 强(강)은 억지로 하다는 뜻이다. 伐(벌)은 자랑하다는 뜻이다. 驕(교)는 우쭐하다, 거드럭거리다, 뻣뻣하다는 뜻이다. 矜(긍)은 뽐내다는 뜻이다. 長(장)은 오래가다는 뜻이다.

잘한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대체로 바라는 결과를 얻으면, 잘했다고 생각한다. 아주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결과가 좋으면 과정이 어떠하든 간에 잘한 일이 되고 좋은 것이 될까?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과연 타당하고 적절할까?

인류가 수많은 정치 체제를 거치고 마침내 민주주의를 찾아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고 탐색하며 시도하고 실패한 결과 찾아낸 것이 민주주의다.

물론 현재의 민주주의가 完全(완전)하다거나 完璧(완벽)하다고 말할 수 없으며, 장차 특정한 형태로 完結(완결)되리라 장담하기도 어렵다. 그것은 민주주의가 결과가 아닌 ‘과정’에 방점을 찍는 정치 형태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민주적 또는 민주주의적 절차’라는 말이 그런 뜻을 담고 있다.

4-2는 “잘하는 자는 그저 해낼 뿐, 억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고 했다. “果而已”(과이이) 곧 “그저 해낼 뿐”이라는 말은 무슨 뜻인가?

果(과)는 나무에 달린 열매를 형상화한 글자인데, 그렇다면 이는 결실 곧 결과가 중요하다는 뜻이 아닌가? 얼핏 생각해서는 결과를 중시하라는 말 같기도 하다. 그러나 곱씹어보면, 사뭇 다른 뜻이 배어 나온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