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설(雨-3)밤 야(夕-5)찾을 방(言-4)넓을 보(日-8)

‘雪夜訪普圖(설야방보도)’라는 유명한 그림이 있다. 명나라 때 劉俊(유준)이 그렸는데, 눈 오는 밤에 송 태조가 趙普(조보, 922∼992)를 방문한 일을 그린 것이다. 이 그림을 보면, 송 태조와 조보가 자리를 깔고 앉아 있고 그 앞에는 고기를 굽기 위해 숯불이 지펴져 있다. 그리고 두 사람을 조보의 아내가 지켜보고 있다. 자초지종은 이러하다.

송 태조는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북쪽 요나라는 이미 송나라보다 40년 먼저 세워졌고 영토도 훨씬 넓었다. 경제적으로도 풍요했고 50만이나 되는 기병을 보유하고 있었다. 송나라는 중앙군이 고작 19만여 명인데, 그조차 대부분 보병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천하를 통일시킬 것인가? 밤잠을 설치던 송 태조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궁을 나서 조보의 집을 향했다. 아우인 趙匡義(조광의)에게도 소식을 띄웠다. 이날 저녁에 많은 눈이 내렸다. 그런데 한밤중에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했다. 조보가 얼른 나가보니, 태조가 눈 속에 서 있었다. 황급히 안으로 맞아들여 절했다. 태조가 말했다. “아우에게도 이미 말했소!”

조보는 자리를 두껍게 깔고 고기를 굽기 위해 숯을 피웠다. 조보의 아내는 술을 내왔다. 태조는 조보의 아내를 형수라 부르며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조보가 조용히 물었다. “이 추운 밤에 폐하께서는 어찌 길을 나섰습니까?”

“잠이 오지 않았소. 침상 외에는 모두 남의 땅이라, 그래서 그대를 보러 왔소.”

조보가 물었다. “남쪽을 취하고 북쪽을 칠 때는 바로 지금입니다. 폐하께서는 어떻게 하실 작정이십니까?”

“나는 太原(태원, 십국 가운데 북한)부터 칠 생각이오.”

조보가 잠시 가만있더니 이렇게 말했다. “태원은 서북쪽 변방에 있습니다. 만일 쳐서 차지한다면, 요나라를 홀로 감당해야 합니다. 잠시 북한은 미루시고 남쪽의 여러 나라를 먼저 평정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내 뜻도 그와 같소. 잠시 그대를 떠보았던 것이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