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닐 불(一-3) 말할 언(言) 의 지(丿-3) 가르칠 교(攴-7)

흥미롭게도 맹자 당시의 풍조는 말로써 가르치는 일을 부정하는 데까지 나아가지 않았다. 가르치는 자를 부모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대체했을 뿐이다. 가르침의 방식에 대해 근본적으로 비판하거나 의심하지도 않았다는 말이다. 이에 대해 맹자는 어떻게 생각했으며 어떤 가르침을 옹호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노자의 가르치지 않음을 가르치는 것, 그 바탕엔 바로 ‘勢不行也(세불행야)’가 있다는 점이다.

말은 쉽지만, 행동은 어렵다. 말로써 가르치기는 쉽지만, 그 가르침대로 내가 행동하는 것은 어렵다. 민중을 다스리는 자는 스스로 어려운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그러니 말하기 전에 먼저 행동하고, 민중을 가르칠 때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가르쳐라. 즉, 행동을 보여줌으로써 가르쳐라. 이것이 노자의 가르치지 않음을 가르치는 것이다.

‘문자’ ‘精誠(정성)’편에 나온다. “聖人在上, 懷道而不言, 澤及萬民, 故不言之敎, 芒乎大哉!”(성인재상, 회도이불언, 택급만민, 고불언지교, 망호대재!) “성인은 높은 데 있으면서 도를 품은 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으나, 그 은택은 만 백성에게 미친다. 그러므로 말하지 않는 가르침은 아득히 크도다!” 노자의 가르침은 바로 ‘不言之敎(불언지교)’다.

현대 정치에서 정치가들이나 정치학자들이 한결같이 경계하는 것이 ‘포퓰리즘’이다. 이는 인민이나 시민의 요구 또는 바람을 대변한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정치적 권력을 획득하거나 집권 세력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대중에 영합하는 주장을 펴는 것, 요컨대 실제 의도와 다른 수사적 표현으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것이다. 이는 정치가가 스스로 하지도 않을 것을 말로써 포장하는 짓이다. 노자의 표현을 빌려 쓰면, ‘不行之敎(불행지교)’다. 반면, 노자가 불언지교를 내세운 까닭은 통치자나 정치가가 실제 행동으로 보여줌으로써 민중이 스스로 느끼고 알고 판단하게 하려는 것이다. “敎不敎, 復衆之所過”(교불교, 복중지소과) 곧 “가르치지 않음을 가르치므로 뭇 사람이 지나친 것을 되돌린다”는 말이 그것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