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도(辵-9)늘 항(心-6)없을 무(亠-1)억지로 할 위(爪-8)

다음은 ‘죽간본’ 7-1이다. “道恒亡爲也. 侯王能守之, 而萬物將自化. 化而欲作, 將鎭之以亡名之樸.”(도항무위야. 후왕능수지, 이만물장자화. 화이욕작, 장진지이무명지박)

“도는 언제나 억지로 하는 일이 없네. 후왕이 이를 잘 지키면 온갖 것들 스스로 달라지지. 달라지려 욕심을 지으면, 무명의 통나무로 누르리라.”

恒(항)은 늘, 언제나를 뜻한다. 亡(무)는 無(무)와 같다. 侯王(후왕)은 王侯(왕후), 諸侯(제후)와 같은 말로, 한 나라의 군주를 뜻한다. 將(장)은 무슨 일을 곧 하려 하다, 앞으로 하게 되다는 뜻이다. 化(화)는 되다, 바뀌다는 뜻이다. 變(변)이 바뀌거나 달라지는 모든 현상을 이른다면, 化(화)는 좋게 바뀌는 것을 가리킨다. 유가에서 강조하는 敎化(교화)도 백성을 잘 가르치거나 이끌어서 좋게 바뀌게 한다는 뜻이다. 鎭(진)은 누르다는 뜻이다.

여기서는 도의 본질 또는 속성을 먼저 말했다. 그런데 너무 간략하다. 물론 無爲(무위)에 대해서는 앞서도 곧잘 언급했지만, 여전히 미심쩍은 데가 적지 않다. 특히 이어지는 “후왕이 이를 잘 지키면”이라는 구절은 더욱 헷갈리게 한다. 후왕은 세속의 통치 질서에서 정점에 있는 존재다. 그와 그를 따르는 신하들이 하는 통치나 정치는 매우 인위적이고 작위적인 행위다. 그런데 그가 無爲(무위)를 지킨다니? 그렇게 해서 과연 통치가 이루어질까?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가 얼마나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는지 냉철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과연 통치나 정치는 작위적인 행위인가? 예나 이제나 다들 그렇게 여기고 그렇게 해왔다. 그런데 역사를 살펴보면, 그런 통치가 잘 되고 정치가 원활하게 이루어졌던 적은 매우 드물다. 왜 그럴까?

알게 모르게 유교에 깊이 젖어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뇌리에도 깊이 박혀 있는 중국 고대의 성군들이 있다. 바로 堯(요)와 舜(순), 禹(우) 임금들이다. 왜 유가에서는 저 아득히 먼 고대의, 아니 정확하게는 실존했는지도 알 수 없는 성왕들을 운운하는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