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라질 화(匕-2)말 이을 이(而-0)하고자 할 욕(欠-7)지을 작(人-5)

백성들은 스스로 달라져서 선으로 옮겨간다. 그것은 사람에게 본디 하늘과 땅의 덕, 해와 달 같은 밝음의 바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바탕이 있어 선으로 옮겨갈 수도 있지만, 거꾸로 不善(불선)이나 惡(악)으로도 옮겨갈 수 있다. 왜냐하면 이 바탕은 아무런 가공을 하지 않은 상태를 일컫는 것일 뿐이어서 사람이 후천적으로 어떤 환경에서 어떻게 영향을 받느냐에 따라 또 어떤 마음을 지니고 판단하며 선택하느냐에 따라 사뭇 달라지기 때문이다.

햄릿이 “약한 자여 그대 이름은 여자로다”라고 말했지만, 사실 여자만 약한 것이 아니다. 약하기로 말하면, 모든 남자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강하다고 뽐내는 자일지라도 약한 구석은 얼마든지 있다. 뽐내는 것이 어쩌면 약함을 숨기기 위한 수작일 공산도 크다. 어쨌든 여자든 남자든 사람은 모두 약하다. 그 약함을 스스로 인정할 때, 비로소 강해질 수 있다. 이것이야말로 노자의 傳言(전언)이며 참뜻이다.

노자는 “온갖 것은 스스로 달라진다”는 ‘萬物自化(만물자화)’를 말했다. 그런데 왜 유달리 사람은 그리도 힘들게 살고 괴로워하는 것일까? 다른 존재들보다 더 뛰어난 능력을, 맹자가 말한 ‘良知(양지)’와 ‘良能(양능)’을 갖고 태어났음에도 왜 쉽게 살지 못할까? 욕심과 오만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다른 존재는 욕심도 오만도 없으나, 사람에게는 이것이 있다. 능력이 있으므로 욕심을 갖고, 지혜가 있으므로 오만해진다. 이 욕심과 오만으로 말미암아 사람은 자신이 본디 약한 존재임을 잊어버린다.

노자가 ‘만물자화’를 말해놓고 이어서 “化而欲作, 將鎭之以亡名之樸”(화이욕작, 장진지이무명지박) 곧 “달라져서 욕심을 지으면, 무명의 통나무로 누르리라”고 말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본래 약해서 스스로 달라지는 일에 그토록 힘겨워하더니, 좀 달라져서는 욕심을 짓는다? 이 얼마나 우스꽝스런 일인가! 그런데 바로 이게 또 사람의 꼴이다. 그리고 욕심을 짓다가 다시 내리막길을 걷는다. 심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