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용할 막(水-11)그러할 연(火-8)싱거울 담(水-8)

無事(무사)는 어떠한 일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욕심을 내지 않고 즐거이 일하는 것을 이른다고 말했다. 有事(유사)의 일에서는 성과를 중시하며 그 성과에 따라 잘함과 못함, 만족과 불만족이 결정된다. 그러나 무사의 일에서는 시작과 과정을 중시하며, 그 과정에서 얼마나 신명이 나고 즐거웠는가가 특히 중요하다. 고된 일이라도 신명이 나고 즐겁다면, 그것은 놀이다. 놀이가 된 일, 이것이 참된 무사다. 이런 일이라야 달디 단 成果(성과)를 맛볼 수 있다.

이런 무사의 일은 큰일이든 작은 일이든 늘 잔잔하게 진행된다. 외부의 변수에 따라 문득 요동칠 때가 있기는 하겠으나, 대체로 그 일은 조용히 물 흐르듯이 진행되어 별다른 일도 아닌 것처럼 보인다. 일이 마무리되고 대단한 성과를 거두더라도 그 진면목을 아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과정에서나 결과에서나 요란하지도 않고 도드라진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문자’ ‘下德(하덕)’에 나온다. “漠然無爲而天下和, 淡然無欲而民自樸, 不忿爭而財足, 施者不得, 受者不讓, 德反歸焉, 而莫之惠.”(막연무위이천하화, 담연무욕이민자박, 불분쟁이재족, 시자불득, 수자불양, 덕반귀언, 이막지혜) “함이 없어서 또렷하지 않은데도 천하가 어우러지고, 담연하게 욕심이 없으니 민중이 저절로 순박해지며, 성내며 다투지 않아도 재물이 넉넉하다. 베푸는 이도 덕으로 여기지 않고 받는 이도 사양하지 않아 그 덕이 민중에게 돌아가도 은혜로 여기지 않는다.”

지금은 인기와 명예를 얻기 위해 눈길을 끌 만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마다하지 않는 시대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끈 눈길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나에게 머물던가? 나를 단숨에 유명 인사로 만들었듯이 나를 순식간에 외면하거나 내동댕이치는 것도 그 요란한 눈길들이다. 한 번 오지게 내동댕이쳐지면 그때 비로소 無知莫知(무지막지)스럽게 莫無可奈(막무가내)로 일을 꾸며서야 虛無(허무)하고 孟浪(맹랑)한 시선을 끌뿐임을 알게 되지만, 정작 나아지는 것은 없다. 漠然(막연)하고 淡然(담연)한 無味(무미)의 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