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지 (矢 - 3)이름 명 (口 - 3)아닐 불 (一 - 3)위태할 태 (歹 - 5)

조조가 공융의 자식들을 처음부터 죽이려 했던 것은 아니다. 그런데 아비가 잡혀가는데도 태연하게 바둑을 두고 있었고 게다가 “둥지가 부서졌는데, 어찌 알이 깨지지 않겠습니까!”라는 말까지 했으니, 결코 예사로 볼 수 있는 아이들이 아니었다. 어린 나이에 그런 태도와 말씨를 보일 정도라면 장차 어른이 되었을 때 얼마나 대단한 心志(심지)를 지닌 사람이 되겠는가. 혹시라도 제 아비가 당한 일을 부당하다고 여겨 앙심을 품는다면? 교활한 조조로서는 후환을 남겨둘 이유가 없었다.

‘후한서’에 실려 있는 공융의 전기를 보면, 형리들에게 끌려갔을 때 공융의 딸은 제 오빠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若死者有知, 得見父母, 豈非至願!”(약사자유지, 득견부모, 기비지원) “만약 죽은 사람에게도 지각이 있어 부모님을 볼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 바람이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는 태연하게 목을 내밀어 형벌을 받았다고 한다.

이렇게 보면 말을 잘 알았던 공융도 그 자식들도 결국 그 말로 말미암아 애꿎은 죽임을 당했다고 할 수 있다. 이는 노자가 “知之所以不殆”(지지소이불태) 곧 이름이나 말을 알면 위태롭지 않다고 한 말과 어긋나는 일 아닌가? 노자가 빈말이나 허튼소리를 한 것일까, 아니면 공융과 그 자식들이 실제로는 말을 잘 몰랐던 것일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노자가 말한 ‘위태롭지 않음’이 그저 목숨을 온전히 지키거나 삶을 안전하게 이어감을 가리키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다.

도대체 위태로움이란 무엇인가? 벌이가 시원찮은 것이나 해고를 당하는 것인가?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것이나 집값이 떨어지는 것인가? 지진이 일어나거나 해일이 덮치는 것인가? 그런 것들이 내 생활을, 내 삶을 위태롭게 하기는 한다. 그러나 참으로 위태로운 것은 내 마음에서 불안이나 걱정, 두려움 따위가 일어나는 일이다. 공융과 그 어린 자식들에게 전혀 걱정이나 두려움이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적어도 자신들이 한 말로 초래한 상황을 태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것이야말로 위태롭지 않음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