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을 청(耳-16) 말언(言-0) 살필 관(見-18) 행동 행(行-0)

공자의 제자 가운데 宰予(재여)라는 인물이 있다. 그는 스승에게 자신의 생각을 거침이 없이 드러냈던 제자다. 꽤 똑똑했던 듯한데, 스스로도 똑똑하다고 여겼던 듯하다. 굳이 애써 배우고 익히려 하지 않았던 것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어느 날, 그가 낮잠을 자고 있는 것을 스승이 보았다. ‘논어’ ‘公冶長(공야장)’을 보면, 그때 공자는 이렇게 말했던 것으로 나온다.

“朽木不可雕也, 糞土之墻不可圬也. 於予與何誅?”(후목불가조야, 분토지장불가오야. 어여여하주?) “썩은 나무에는 새길 수 없고, 푸석해진 담장은 흙손질할 수 없다. 재여를 무얼 가지고 꾸짖겠는가?”

한 번 낮잠을 잔 것으로 이런 말을 하지는 않았을 터. 자신의 똑똑함을 믿고 게으름을 피운 일이 적지 않은 데다 고집은 고집대로 부리면서 고치려 하지 않았기에 이토록 가혹한 말을 했으리라 생각된다. 웬만해서는 공자가 이렇게 심한 말을 하지 않는데 말이다. 어디 그뿐인가? 이어서 공자는 이런 말도 했다.

“始吾於人也, 聽其言而信其行; 今吾於人也, 聽其言而觀其行. 於予與改是.”(시오어인야, 청기언이신기행; 금오어인야, 청기언이관기행. 어여여개시) “처음에 나는 사람에 대해서 그 말을 들으면 그 행동을 믿었다. 이제는 사람에 대해서 그 말을 들으면 그 행동을 살핀다. 재여로 말미암아 이렇게 고쳤다.”

재여는 말이 행동과 달랐던 제자임을 알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공자가 그전에는 어떤 사람에 대해서든 그 말을 들으면 그 행동을 믿었다는 사실이다. 이는 공자 자신이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 삶을 살려고 했기 때문이기도 하고, 누구도 자신을 속이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제자가 스승인 자신에게 말과는 다른 행동을 하리라고 어찌 생각이나 했겠는가. 그렇다면 빈말이나 헛말을 예사로 하는 것이 사람들임을 참으로 공자는 몰랐을까? 그 자신도 “巧言令色, 鮮矣仁”(교언영색, 선의인) 즉 “번드러운 말과 꾸민 낯빛에는 어짊이 드물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