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지런할 제(齊-0) 만물 물(牛-4) 그윽할 현(玄-0) 같을 동(口-3)

‘장자’ ‘齊物論(제물론)’을 보면, 南郭子綦(남곽자기)라는 인물이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물론 남곽자기는 장자의 분신이다. “故分也者, 有不分也; 辯也者, 有不辯也. 曰何也? 聖人懷之, 衆人辯之以相示也. 故曰, 辯也者, 有不見也.”(고분야자, 유불분야; 변야자, 유불변야. 왈하야? 성인회지, 중인변지이상시야. 고왈, 변야자, 유불견야) “나눈다고 하지만 나누지 못하는 것이 있고, 구별한다고 하지만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하는가? 성인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만, 대개의 사람은 굳이 구별하면서 서로 내보이려 한다. 그래서 구별한다고 하지만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장자는 어떤 것도 나누지 말고 그 무엇도 구별하지 말라고 말한 게 아니다. 나눌 수 있고 구별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누고 구별해도 좋다. 그런데 나누지 못하고 구별하지 못하는 것도 분명히 있으니, 그것까지 나누고 구별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억지로 나누고 구별하다가는 보아야 함에도 ‘보지 못하는 것’이 생긴다는 말이다.

그 ‘보지 못하는 것’이 그저 ‘모르는 것’이라면 괜찮다. 그러나 실제로는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해서 표피적으로나 부분적으로 본 것을 전체인 양 여기는 ‘착각’에 사로잡히게 된다. 이 착각이 거의 모든 문제의 원인이요 빌미다. 잘하려 했는데 잘못되거나, 풀릴 줄 알았는데 더 얽히거나, 도와주려다가 도리어 사태를 악화시키는 것 따위가 모두 착각 때문이다.

착각은 심각한 병증이어서 걸린 사람 자신은 전혀 모른다. 그래서 고치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닌데, 문제는 지식인이 이런 착각에 잘 빠진다는 사실이다. 그 착각으로 구별해서는 안 될 것도 구별할 뿐만 아니라 심지어 차별하기까지 하는데, 무지한 대중은 이 착각을 곧이곧대로 믿고 따른다. 그리하여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하는 지경’에 함께 떨어진다.

그 결과 놓치게 되는 것이 장자가 말한 ‘齊物(제물)’ 즉 ‘온갖 것은 고르다는 이치’ 또는 노자가 말한 ‘玄同(현동)’ 즉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실상’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