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견(犬-0) 말마(馬-0) 가장 최(曰-8) 어려울 난(隹-11)

노자는 ‘죽간본’ 15장을 “知之者弗言, 言之者弗知”(지지자불언, 언지자불지) 즉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라는 말로 시작했다. 여기서 지시대명사 之(지)는 道(도)를 가리킨다. 왜 도를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도를 알지 못한다고 했을까?

인간이 다른 동물과 확연하게 다른 점은 언어를 사용한다는 점일 것이다. 인간은 한정된 어휘로 무한하다고 할 정도의 문장을 만들어낸다. 세상에 존재하는 책들을 보라! 언어만큼 인간의 창의성을 잘 보여주는 것도 없다. 그럼에도 인간은 언어를 사용하여 사물이나 현상을 묘사하거나 설명할 때 늘 한계를 느낀다. 단순히 개개인의 자질이나 능력이 모자라서 그와 같은 한계를 느끼는 것이 아니라 표현 수단으로서 언어의 한계가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모든 수단이나 도구가 한정적으로 쓰인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그러면, 왜 언어는 한계를 갖는가? 언어는 대체로 일정한 규칙 속에서 운용되며 그 의미가 한정되어 있고 또 고정되어 있다. 반면에 언어가 표현하려고 하는 대상들은 언어의 규칙을 넘어서 존재하며 고정되어 있지도 않다. 그러니 아무리 창조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고 한들 언어는 본질적으로 제한성을 띠게 되는데, 어찌 무한한 대상을 포착할 수 있겠는가?

‘한비자’의 ‘外儲說 左上(외저설 좌상)’에 다음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온다.

齊(제)나라 왕을 위해 그림을 그리는 賓客(빈객)이 있었는데, 그에게 왕이 물었다. “畵孰最難者?”(화숙최난자?) 이 물음은 “그림을 그릴 때, 무엇이 가장 어려운가?”라는 뜻이다.

빈객이 대답했다. “犬馬最難.”(견마최난) “개나 말이 가장 어렵습니다.”

왕이 또 물었다. “孰易者?”(숙이자?) “무엇이 쉬운가?”

빈객이 대답했다. “鬼魅最易.”(귀매최이) “귀신이나 도깨비가 가장 쉽습니다.”

이 무슨 말인가? 흔히 보는 개나 말은 그리기 어렵고, 볼 수 없는 귀신이나 도깨비가 그리기 쉽다니!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