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히려 상(小-5) 아닐 불(一-3) 능할 능(肉-6) 오랠 구(丿-2)

“飄風不終朝, 驟雨不終日”(표풍불종조, 취우불종일) 곧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못하고 소낙비는 하루 내내 내리지 않는다”고 했다. 이는 우리가 경험으로 아는 일이다.

물론 장마철에는 비가 연일 계속 내리지 않느냐고 할지 모르지만, 소낙비가 그리 내리지는 않는다. 소낙비는 말뜻 그대로 갑자기 세차게 내리고는 곧 그치는 비다. 고작해야 斷續的(단속적)으로 내린다. 그러니 하루 내내 내리지 않는다는 말은 실상에 부합한다.

왜 회오리바람은 아침 내내 불지 못하고 소낙비는 하루 내내 내리지 않는가? 불균형을 균형으로 되돌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회오리바람이나 소낙비는 좀 강력한 처방이며, 단번에 상황을 호전시키려는 시도다.

이로써 호전되지 않으면, 그때는 태풍을 보내고 해일을 일으킨다. 극약 처방이다. 이 극약 처방은 균형에서 불균형으로, 불균형에서 균형으로 반복되는 사이에 축적된 거대한 불균형을 이윽고 한 방에 끝내버리려는 천지의 결단이다. 그래서 “孰爲此者? 天地”(숙위차자? 천지) 곧 “누가 이렇게 하는가? 하늘과 땅이다”고 말한 것이다.

회오리바람이나 소낙비가 내릴 상황을 만든 것도 천지요, 회오리바람을 일으키고 소낙비를 퍼붓는 것도 천지다. 회오리바람 그 뒤의 고요함, 소낙비 다음의 그 청명함은? 천지가 안도하며 숨을 돌리는 것이다. 그리고 또 바람이 일고 비가 내리겠지? 이로써 보면, 천지는 반드시 균형 상태만을 지속하지 않는다는 것, 오히려 시계추처럼 균형과 불균형 사이를 역동적으로 오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천지 사이에서 만물이 생성되고 변화하고 소멸하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불균형을 바로잡는 처방을 오래 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위의 구절에 이어 “天地尙不能久, 而況於人乎!”(천지상불능구, 이황어인호) 곧 “하늘과 땅조차 오래 이어갈 수 없는데, 하물며 사람의 일임에랴!”라는 말이 나온다. 병증에 맞는 처방을 했다면 치료를 오래도록 끌 일이 없을 터. 병증에 맞지 않은 처방이라면 더더욱 오래 끌 필요가 없다. 그렇지 않은가?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