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짜기 곡(谷 -0)신신(示-5)아닐 불(一-3)죽을 사(歹-2)

“上德如谷”(상덕여곡) 곧 “드높은 덕은 골짜기 같다”는 말은 높게 솟은 산을 보면 무슨 말인지 절감할 수 있다. 대체로 산의 겉만 보고서 ‘높기만 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산엘 들어가 보라. 크고 작은 바위와 굽이굽이 흐르는 시내들, 더 깊이 들어가면 골짜기도 있다. 흔히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다”고 말하는데, 딱 그 말 그대로다. 그렇다고 골짜기가 곧 드높은 산은 아니다.

“‘법대로’를 외치지 않은 독재정권이 없다. 자기들 편리한 법을 만들어놓고 그 부분을 멋대로 해석하면서 독재를 해왔다. … 히틀러의 나치 정권도 법치주의를 외치며 독재를 했다.” 주호영 미래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 2일, 더불어민주당이 5일에 국회 개원을 강행하려 하자 이렇게 말했다. 이 타당하고 마땅한 말은 주호영 원내대표가 미래통합당의 前身(전신)들이 걸어온 자취, 특히 박정희와 전두환의 정권과 함께 한 自黨(자당)의 역사를 통해 배우고 터득한 것이라 여겨진다.

역시 배움은 중요하고, 배웠다면 반드시 써먹어야 한다. 써먹지 못할 것을 배우는 것만큼 허망한 일은 없으니 말이다. 그런 점에서 주호영 원내대표의 발언은 적절하고 유효하다. 문제는 그 말이 ‘一面(일면)’ 타당하다는 데에 있다. 전체의 국면을 통째로 보지 못한, 높이 솟은 산만 보고 깊은 골짜기는 보지 못한 短見(단견)에서 나온 발언이라는 뜻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법대로’라고 표현했다. 이 말은 더불어민주당이 ‘법대로’ 하고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상대가 ‘법대로 하는 일’을 두고 ‘법대로 한다’고 비판하면, 과연 먹혀들까? 도리어 자당이 ‘법대로 하지 않음’을 드러내는 꼴이 아닌가? 법을 입안하는 국회에서 ‘법대로’ 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실제로 21대 국회의 첫 본회의가 열린 5일에 미래통합당 의원들은 항의의 표시로 전원 퇴장했다. 이 퇴장은 ‘법대로’ 한 것인가? ‘법대로’를 내세우면 저절로 자신은 정당해지는 것인가? 통행본 ‘도덕경’에 “谷神不死”(곡신불사)가 나온다. 골짜기 신은 죽지 않는다! 곱씹어볼 말이다. 고전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