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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 진정한 스승 다산, 제대로 된 제자 황상

네 자식이 어찌 내 손자와 다르랴 - 다산 정약용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0-09-13 19:52:29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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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汝子何異吾孫·여자하이오손

“네가 아들을 낳았으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기쁘고 기쁘구나. 내 아이들은 아직 이런 일이 없으니, 네 자식이 어찌 내 손자와 다르랴? 새로이 부자를 써 이 아들을 얻었으니, 이름을 ‘천웅’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와서 내 축하를 받도록 하거라. 汝能生子(여능생자), 欣喜不可狀(흔희불가상). 吾兒尙無此事(오아상무차사), 汝子何異吾孫(여자하이오손)? 新用附子而得此男(신용부자이득차남), 名曰天雄(명왈천웅), 可也(가야). 來受吾賀也(내수요하야).”

위 글은 다산 정약용(1762~1836)의 ‘여유당전서’에 실리지 않은 간찰(편지글)로 ‘다산간찰집’에 있다. 편지를 쓴 사람은 다산 선생이고, 수신인은 그가 가장 아끼던 제자인 치원 황상(黃裳·1788~1863)이다.

두 사람 관계를 더 알아보자. 다산은 1801년 천주교인을 탄압한 신유박해가 일어나자 경북 포항의 장기로 유배됐다가 ‘황서영백서사건’ 여파로 다시 문초를 받고 그해 11월부터 전남 강진에서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강진의 주막집에살면서 이듬해인 1802년 10월 서당을 열었다. 그때 제자가 황상으로, 당시 열다섯 살이었다. 황상은 위 간찰을 포함해 스승이 보낸 서른두 장 편지와 메모를 서간첩으로 묶어 보관했는데, 그것이 지금까지 남아 있다. 이를 볼 때 황상은 근면과 성실로 스승의 사랑에 보답한 것으로 추정된다.

황상은 열여덟 살이 된 1805년 장가를 갔다. 다산은 그에게 양기를 돋워주려고 부자(附子)를 넣은 처방을 내렸다. 황상은 1807년 봄 득남했는데, 정말 친손자를 본 것처럼 다산은 기뻐했다. 황상이 득남한 지 몇 달 뒤인 1807년 5월 다산은 첫 손자인 대렴을 얻었다.

다산은 유배에서 풀려나 1818년 9월 경기도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당시 광주군 초부면 마현) 집으로 돌아갔다. 황상은 1836년 스승을 뵈러 남양주로 갔다가 귀향 도중 스승의 부음을 듣고 다시 올라가 제자로서 예를 다했다. 1848년 스승의 묘소를 참배했고, 다산의 아들 정학연 등과 ‘정황계’를 맺어 황상이 1870년 83세로 사망할 때까지 교유했다. 다산과 황상은 요즘은 보기 드문 진정한 스승과 제대로 된 제자의 전형을 보여줬다.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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