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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7> 균형과 중립

거문고 줄을 고르듯 팽팽하고 느슨한 정도가 알맞아야 한다

  • 국제신문
  • 디지털뉴스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20-09-27 19:58:06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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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如調絃之法 緊緩得其中·여조현지법 긴완득기중

“공부는 마치 거문고 줄을 고르듯 팽팽하고 느슨한 정도가 알맞아야 한다. 너무 애쓰면 집착하기 쉽고, 잊어버리면 어둠에 떨어지게 된다. 마음이 깨어있는 또렷한 의식으로, 끊임없이 차근차근 해야 한다.”

工夫如調絃之法, 緊緩得其中. 勤則近執着, 忘則落無明. 惶惶歷歷, 密密綿綿.(공부여조현지법, 긴완득기중. 근즉근집착, 망즉락무명. 황황력력, 밀밀금금.)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이 1564년(명종 19)에 지은 ‘선가귀감(禪家龜鑑)’에 나오는 대목이다. 이 책은 서산대사가 여러 경전과 논서, 어록 등을 읽으면서 공부하는 데 요긴하고 간절한 말들이 있으면 뽑아두었다가 후학을 위해 만든 책이다. 참선을 수행의 방편으로 삼는 수행자들이 자신의 모습을 이 책에 비추어 보고 올바르게 공부하라는 목적에서이다.

위 글의 원전은 ‘잡아함경’ 9권 ‘이십억이경(二十億耳經)’이다. 부처님 제자 가운데 ‘소오나’가 있었는데, 잠을 자지 않고 열심히 공부해도 별 진전이 없었다. 그러자 부처님이 “거문고를 타 본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제자는 “줄을 너무 느슨하거나 팽팽하지 않게 해 놓아야 소리가 제대로 나옵니다”고 대답했다. 소오나는 “공부도 그처럼 해야 한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그날부터 거문고 줄을 고르듯이 공부를 꾸준히 해 깨달음을 얻었다고 한다.

서산대사는 지리산 화개동에서 출가했다. 대사가 수행하던 골짜기에 은거하고 있는 필자는 2년 전부터 시간이 날 때마다 ‘선가귀감’을 조금씩 번역하고 있다. 그중에서 이 문장이 마음에 들어 종교적인 울타리를 떠나 늘 되새기고 있다.

사람에 따라 정도는 다르지만 살다 보면 온갖 일을 겪는다. 어떤 일이든 자기 삶이므로 스스로 견디며 해결해야 한다. 그런데 살다 보면 그게 결코 쉽지 않다. 대사의 말처럼 공부뿐만 아니라 일상에서 팽팽하지도 않고, 느슨하지도 않은 중립적 삶을 지탱하며 산다는 건 범부로선 만만하지 않다. 평소 고결하게 살았다는 고위 공직자들도 청문회 등에서 여러 흠결이 지적되는 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산다는 게 그만큼 어렵다는 걸 반증하는 것이리라.

시인·고전인문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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