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8> 잠시나마 지리산 청학동으로

한 마리 학이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네(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0-10-04 19:00:01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한 마리 학이 구름을 뚫고 하늘로 올라가고(獨鶴穿雲歸上界·독학천운귀상계)/폭포는 옥구슬처럼 구르듯 인간세상으로 흘러가네(一溪流玉走人間·일계류옥주인간)/누(累) 없는 것이 도리어 누가 됨을 알았으니(從知無累翻爲累·종지무루번위루)/마음속 산하는 보지 않았다고 말해야겠네(心地山河語不看(심지산하어불간)

남명 조식(1501~1572) 선생의 시 ‘청학동(靑鶴洞)’으로, ‘남명집(南冥集)’ 권1에 수록되어 있다. 이상향의 공간인 청학동을 찾아 읊은 작품이다. 선생의 시선은 신선이 타고 노닌다는 청학과 함께 하늘로 향하고 있다. 하지만 청학동, 즉 불일폭포에서 쏟아진 물이 인간세상으로 달려가고 있음을 깨닫는다. 현실의 고뇌를 잠시라도 잊기 위해 청학동에 들어왔건만, 정작 물은 인간세상으로 흘러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초월의 공간인 청학동에 서 있는 현실 속 자신과 만나게 된다.

남명 선생은 58세인 1558년 4월 11일부터 25일까지 경남 하동 화개의 청학동과 삼신동 일대를 유람한 후 유람록인 ‘유두류록(遊頭流錄)’과 기행시를 남겼다.

필자가 강학(講學)하는 공간인 목압서사가 있는 마을 입구의 목압교 일주문 앞에 남명 선생의 ‘청학동’ 시비가 세워져 있다. 경남 하동군 화개면 목압마을은 청학동으로 올라가는 초입이다. 필자가 이 마을에 들어온 것도 불일폭포와 녹차 때문이다.

선인이 쓴 지리산 유람록이 현재 100여 편 남아있는데, 저자들이 주목한 곳은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과 현재의 청학동이다. 그중 청학동은 지리산 속 이상향으로 일컬어진 공간이다. 조선 문인들은 신선 이미지를 통해 이곳에서 현실을 벗어나고자 했다.

고려 시대 이인로가 무신정변 이후 은거할 것을 결심하고 이 골짜기로 왔지만, 찾지 못하고 되돌아갔다. 그런 사실로 볼 때 청학동이 유토피아적 공간으로 인식된 것은 적어도 고려 중기 이전이다.

정치 현실은 조용할 날이 없고 코로나19로 바깥 출입도 자유롭지 않아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현실을 잠시나마 벗어나 보자는 의미에서 신선 세계로 알려진 청학동에 대해 이야기해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3. 3[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4. 4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5. 5FBI, 바이낸스 가상화폐 8.4조원 털이범으로 북한 지목
  6. 6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7. 7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8. 8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9. 9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10. 10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1. 1[속보] 국힘 장동혁, 李대통령에…“돼지 눈엔 돼지만 보이나”
  2. 2한미일 외교장관 “北 완전한 비핵화 위한 의지 재확인”
  3. 3장동혁 “李대통령 ‘황제골프’ 수준 넘어 ‘민폐골프’”
  4. 4진성준 뒤늦게 美비자 발급, 野"한미동맹 균열 드러낸 외교 망신"
  5. 5李대통령 "다문화 지원 필요하나 역차별까지 정당화 안 돼"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8. 8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9. 9[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10. 10[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1. 1오픈AI 샘 올트만 깜짝 방한…삼성 사장단에 AI 특강
  2. 2롯데렌탈 매각 거래종결, 1조3000억원가량 대금 확보
  3. 3은행 부실채권 1년만에 1조3000억 늘었다…8년6개월만에 최대
  4. 41248회 로또 복권 1등 15명…당첨금 각 19억 3365만 원씩
  5. 5기초연금 받으면 부자?…수급 상위 1% 근로소득 월 220만원
  6. 6삼성 사장단 50여명, 샘 올트먼과 AI 미래전략 논의
  7. 7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0.5원 ↑
  8. 8‘바이낸스’ 8조원대 해킹에 거래소들 보안 점검
  9. 9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10. 10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오후부터 비…낮 최고 13~18도
  2. 2[속보] 핼러윈 인파 혼잡에 6호선 이태원역 무정차 통과
  3. 3북항 ‘부캉이’ 닷새째 자취 감춰…수온 하락 영향도
  4. 4민주콩고 에볼라 사망 5천명 넘어…확진자 절반 사망
  5. 5부산·울산·경남 대체로 맑음…낮 최고 19∼21도
  6. 6[날씨칼럼] 가을 하늘, 안전을 돕는 페이스메이커
  7. 7홍대서 ‘마약 사탕’ 신고…경찰 확인 결과 오인신고
  8. 8기표소서 투표지 촬영해 단톡방 공개한 50대…벌금 50만원
  9. 9[속보] 日여성 살해 30대 남성…성범죄 목적 가능성도 수사
  10. 10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웃돈 붙여 되판 10대 검거
  1. 1‘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4. 4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5. 5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6. 6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9. 9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10. 10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