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은 산을 뽑을 수 있고, 기개는 세상을 덮을 만한데(力拔山兮氣蓋世·역발산혜기개세)/ 때가 불리하여, 오추마가 나아가지 않는구나.(時不利兮騅不逝·시불리혜추불서) / 오추마가 달리지 않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騅不逝兮可奈何·추불서혜가나하)/ 우희야, 우희야, 그대를 어찌해야 하는가?(虞兮虞兮奈若何·우혜우혜나약하)”
사마천이 지은 ‘사기’의 ‘항우본기’에 나오는 노래 ‘해하가(垓下歌)’다. 초나라 패왕 항우가 지금의 중국 안휘성 영벽현 해하에서 한나라 연합군에 포위된 채 이 노래를 불렀다. 사랑하는 연인 우희와 늘 타고 다니던 오추마를 부르짖으며, 헤쳐나갈 가망이 없는 상황을 괴로워하는 장면이다.
항우는 몇 번 이 노래를 부르다 비통함을 견디지 못하고 마침내 우희의 목을 쳤다. 이어 애마에 올라타 군사를 이끌고 달아났으나, 곧 한나라 군사들에게 포위돼 안휘성 화현 동북쪽 오강(烏江) 근처에서 자결했다. 우희와 헤어지는 장면에서 패왕별희(覇王別姬)라는 고사가 생겨났다.
또한 해하에서 포위되었을 때, 사방을 에워싼 한나라 군사 속에서 항우의 고향인 초나라 노랫소리가 들려오자 그는 크게 놀란다. 이것은 유방이 꾸며낸 심리작전이었다.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말이 여기서 유래됐다.
당나라의 장수절은 ‘사기정의(史記正義)’를 펴내면서 우희가 화답했다는 이른바 ‘화해하가(和垓下歌)’를 실었다.
“한나라 군사가 이미 초 땅을 차지했으니(漢兵已略地·한병이략지)/ 사방이 항복한 초나라 병사 노래뿐이군요(四方楚歌聲·사방초가성)/ 대왕의 뜻과 기개가 이미 소진되었으니(大王意氣盡·대왕의기진)/ 소첩은 장차 어찌 홀로 살아갈 수 있으리오(賤妾何聊生·천첩하료생)”
항우의 이야기에서 ‘역발산기개세’라는 말도 지금까지 회자된다. 강한 힘을 가진 영웅, 또는 그에 상당한 재주와 능력을 자신 사람을 비유하는 말로 전한다.
“난세인데 영웅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역사에서 언제 어지럽지 않은 적이 있던가? 그리하여 난세의 최고 영웅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항우에 대해 잠시 생각해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