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4> 대쪽 선비 김상헌이 중국 심양 감옥에서 읊은 시

서글픈 남은 생애 돌아갈 수 있으려나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0-10-25 20:24:17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惆悵餘生歸來歸·추창여생귀래귀

일흔 살의 가엽고 기력이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라 (七十哀翁氣力微·칠십애옹기력미)

턱 괴고 힘쓰며 앉아있지만 옷 무게도 버겁다네 (支頣强坐不勝衣·지이강좌불승의)

흐르는 세월 빠르고 몸에 병이 많아지니 (流年忽忽身多病·유년홀홀신다병)

서글픈 남은 생애 돌아갈 수 있으려나 (惆悵餘生歸來歸·추창여생귀래귀)



청음(淸陰) 김상헌(金尙憲·1570~1652)의 문집 ‘청음집’에 실린 시 ‘한밤중에 일어나 앉아(야좌·夜坐)’이다. 청음이 중국 심양의 옥에 갇혀 쓴 시다. 그는 어찌하여 갇혔을까?

1636년 12월 1일 청나라 태종이 12만 대군을 이끌고 직접 조선을 침략했다. 병자호란이다. 청나라 군사들이 강화도로 통하는 길을 막자 당황한 조선 16대 왕 인조는 맏아들 소현세자와 백관을 대동하고 남한산성으로 들어갔다. 여기서 청음은 척화론을 주장하며 결사항쟁을 역설했으나, 인조는 이조판서 최명길을 주축으로 한 화친론에 동조했다. 1637년 1월 30일 인조는 남한산성 성문을 열고 삼전도로 가 청 태종 앞에서 이른바 ‘삼배구고두(三拜九叩頭)’를 행하고, 치욕적인 ‘성하(城下)의 맹약’을 맺었다. 삼배구고두란 세 번 절하면서 한 번 절할 때마다 세 번 머리를 내리찧는 굴욕적인 예였다.

이후 청음은 안동 풍산에 은거했는데 1639년 청나라가 명나라를 공격하려고 조선에 요구한 출병에 응한다는 소식을 듣고 반대하는 상소를 올렸다가 청나라에 압송돼 옥에 갇혔다. 그때 이 시를 지었다. 병들어 고향에 돌아갈 수 없으리라는 안타까운 마음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그는 심양에서 청 황제가 있는 쪽을 향해 절을 하라는 요구에 끝까지 거부하는 등 옥중에서도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조선왕조실록’의 사평(史評)에서 중국 역사상 최고 충신으로 꼽는 문천상(文天祥)에 견줄 만큼 청음의 절의를 높이 평가했다. 이덕무는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인물을 들며 덕(德)으로 퇴계 이황, 전략으로 충무공 이순신, 절의로는 청음 김상헌을 꼽았다. 선비로서 대쪽 같은 자세를 분명 높이 살 만하다. 시인·고전인문학자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4. 4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5. 5‘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6. 6‘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0. 10[시민기자] 랜드마크 ‘범선형 관광시설’ 북항에 만들자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6. 6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7. 7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8. 8[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9. 9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10. 10[와이라노] “한국은 단검” 美 안보청구서 점점 커진다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6. 6“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7. 7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8. 8[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3. 3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4. 4‘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7. 7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8. 8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9. 9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10. 10봉사·일·문화 등 다양한 분야 경험·재능 나눠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3. 3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6. 6“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7. 7“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8. 8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9. 9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10. 10‘친정 팀 복귀’ 이동욱 감독, “기본기 다져 승리하는 팀으로 만들겠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