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多言則失 易言則亂·다언즉실 이언즉란
“‘서경’에 ‘오직 입이란 우호를 맺기도 하고 전쟁을 일으키기도 한다’고 하였고 또 ‘오직 입이란 수치를 불러일으킨다’고 하였다. 언어란 입에서 나오기에 말을 신중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이 많으면 실수하고 쉽게 말하면 혼란스러워지니 만 번 말하여 만 번 옳기보다는 차라리 종일 침묵하는 것이 낫다. 아! 남의 장단점을 논하고 남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것 자체가 악행이니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이다.”
“書曰, 惟口興戎出好, 又曰惟口起羞. 言語出於口, 而口不可不愼也. 多言則失, 易言則亂, 與其萬言萬當不如, 終日含默. 噫! 論人長短, 言人是非自足惡行, 必有後患.(서왈 유구흥융출호 우왈유규기수 언어출어구 이구불가불신야 다언즉실 이언즉란 여기만언만당불여 종일함묵 희! 논인장단 언인시비자족악행 필유후환)"
경주 최씨 가문 선비인 도와(陶窩) 최남복(崔南復·1759~1814)의 문집인 ‘도와집’(권5, 잡저)의 ‘내범편저(內範篇著)’에 나오는 문장이다. 그가 자식들에게 주는 교훈적인 글로, 몸가짐(操身)·절의·이웃을 도움(恤隣) 등 14개 항목 중 ‘언어(言語)’의 일부이다.
말조심을 하라는 일종의 경구라고나 할까? 말 잘하는 것이 하나의 장점인 시대이다. 그렇지만 말을 잘못하여 곤란을 겪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일반인이야 간혹 말실수를 하여도 상대방에게 양해를 구하여 그 상황을 넘긴다.
하지만 자신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사회에 파장을 일으키는 위치에 있는 사람의 말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금 세상에서는 말로 직접 하는 언어 외에 SNS 등을 통한 다기능적 발언을 하는 때도 많다. 갈수록 언어가 난무한다. ‘남아일언중천금(男兒一言重千金)’이란 말이 무색해진 지는 이미 오래다. 그렇다고 아무렇게나 말을 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다. 남을 논하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는 마지막 구절을 기억해봄 직하다.
경주 내남면 이조리에서 태어나 생원시에 합격한 최남복은 울산시 울주군 두동면에 백련서사를 짓고 명철보신(明哲保身)하면서 평생 자식들 교육과 후학 양성에 힘썼다. 백련서사는 현재 두동면의 한 한의원에 보존돼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