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6> 유배지 임자도에서 더 넓어진 조희룡 예술세계

이곳에서 즐길 것은 단지 솔과 대뿐이니(此中可喜只松篁·차중가희지송황)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1-10 19:22:06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이곳에서 즐길 것은 단지 솔과 대뿐이니(此中可喜只松篁·차중가희지송황)/ 늦은 철 향기 내는 국화는 더구나 없네.(無復黃花晩送香·무복황화만송향)/ 억지로 동쪽 울타리 가을 한 폭 담아서(强畵東籬秋一幅·강화동리추일폭)/ 바닷가에서 이를 보고 중양절을 즐기네.(海天擬對作重陽·해천의대작중양)

위 시는 조선 후기 중인 화가인 우봉(又峰) 조희룡(趙熙龍·1789~1866)의 ‘조희룡전집’에 나온다. 제목이 좀 길다. ‘신해년 8월 20일 임자도로 유배길을 떠났다. 눈으로 본 것과 마음으로 기억한 것을 모두 시로 적어 근심과 답답함을 풀었다.(辛亥八月二十日作荏島之役凡目之所覩心之所記俱以成詩聊道愁鬱·신해팔월이십일작임도지역범목지소도심지소기구이성시료도수울)’

추사 김정희는 제주도 유배 이후 1851년 영의정 권돈인의 일에 연루돼 다시 함경도 북청으로 유배됐다. 추사의 제자였던 조희룡도 이와 관련해 전남 신안군 임자면 소속인 임자도로 유배됐다. 이 시는 임자도에서 지었다. 선비는 이날 국화전에 국화주를 마시며 시를 지었다. 조희룡이 임자도에 유배 중일 때 국화가 없었던 모양이다. 그리하여 도연명이 국화 핀 동쪽 울타리에 선 모습을 그려, 그것으로 중양절을 즐겼다. 시 글씨 그림에 모두 뛰어났던 그는 신분은 낮았지만 헌종과 김정희로부터 상당한 인정을 받았다. 조희룡이 회갑을 맞자 헌종이 축하하며 벼루를 하사할 정도였다. 58세에는 헌종의 명을 받아 금강산 명승지를 그리기도 했다.

조희룡은 매화를 좋아하여 자주 그림에 담았다. 그의 그림 가운데 가장 수작으로 평가되는 작품 역시 매화가 소재인 ‘매화서옥도(梅花書屋圖)’와 ‘홍매대련(紅梅對聯)’이다. 매화 그림을 이야기할 때 청나라에서는 금농을, 조선에서는 조희룡을 맨 앞에 둔다.

조희룡은 원래 매화와 난초를 좋아했지만, 임자도에 살면서 대나무를 즐겨 그렸다. 1853년 3월 18일 드디어 섬을 빠져나갔다. 이때 65세였다. 그는 유배 중에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하여 기량이 더 완숙했다는 평을 받는다. 열악한 환경의 적거지에서도 절망하지 않은 예술혼이 돋보인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7. 7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0. 10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7. 7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9. 9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0. 10“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