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에 좋지 않은 사람은 없고, 좋지 않은 책은 없으며, 좋지 않은 산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취하는 방법이 어떠한가가 문제일 뿐입니다. 저 좋은 사람이 없다는 무호인(無好人)이라는 세 글자는 정말 학식이 있는 사람의 말이 아닙니다. 좋은 책이나 좋은 산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이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아, 천하 후세 사람을 그릇되게 하는 것이 반드시 이 말이 아님이 없을 것입니다.”
天下無不好底人, 無不好底書, 無不好底山水, 顧人之所以取之者如何耳. 彼 ‘無好人’ 三字, 固非有識者之言, 而 ‘無好書, 好山水’ 云者, 亦何以異哉? 噫! 誤天下後世者, 未必非此言也.
(천하무부호저인, 무불호저서, 무불호저산수, 원인지소이취지자여하이. 피 ‘무호인’ 삼자, 고비유식자지언, 이 ‘무호서, 호산수’ 운자, 역하이리재? 희!오천하후세자, 미필비차언야.)
무명자 윤기(尹愭·1741~1826)의 시문집 ‘무명자집(無名子集)’ 20권 20책 중 ‘책(策)’ 8에 들어 있는 ‘좋은 사람, 좋은 책, 좋은 산수(好人, 好書, 好山水)’에 나오는 글이다.
그는 성호 이익의 제자로, 1792년(정조16) 식년문과에 급제해 남포현감·‘정조실록’ 편찬관·형조참의 등을 지낸 문신이다. 위 문장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어떤 산수가 좋은 산수인가?’는 시험문제에 윤기가 답한 내용의 첫머리다. ‘무호인(無好人)’과 관련해서는 ‘소학’에서 “좋은 사람이 없다는 세 글자는 덕이 있는 사람의 말이 아니다(無好人三字, 非有德者之言也)”고 하였다.
그래서 윤기는 좋은 사람이나 좋은 책, 좋은 산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마음 자세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진리는 평범한 데 있지 않은가. 상식에 알맞은 언행을 하는 사람, 온 사람이 다 읽는 책, 주변에 있는 산수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과 책, 산수가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특이한 것만 찾으려 한다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이 지극하다면, 지금 내 주변 사람과 사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와 다름없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