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7> “사물은 사람 마음먹기에 따라 달리 보인다” - 윤기

사람이 취하는 방법이 어떠한가가 문제일 뿐이다(顧人之所以取之者如何耳·원인지소이취지자여하이)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1-12 18:49:28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천하에 좋지 않은 사람은 없고, 좋지 않은 책은 없으며, 좋지 않은 산수는 없습니다. 사람이 취하는 방법이 어떠한가가 문제일 뿐입니다. 저 좋은 사람이 없다는 무호인(無好人)이라는 세 글자는 정말 학식이 있는 사람의 말이 아닙니다. 좋은 책이나 좋은 산수가 없다고 말하는 사람 역시 이와 무엇이 다르겠습니까? 아, 천하 후세 사람을 그릇되게 하는 것이 반드시 이 말이 아님이 없을 것입니다.”

天下無不好底人, 無不好底書, 無不好底山水, 顧人之所以取之者如何耳. 彼 ‘無好人’ 三字, 固非有識者之言, 而 ‘無好書, 好山水’ 云者, 亦何以異哉? 噫! 誤天下後世者, 未必非此言也.

(천하무부호저인, 무불호저서, 무불호저산수, 원인지소이취지자여하이. 피 ‘무호인’ 삼자, 고비유식자지언, 이 ‘무호서, 호산수’ 운자, 역하이리재? 희!오천하후세자, 미필비차언야.)

무명자 윤기(尹愭·1741~1826)의 시문집 ‘무명자집(無名子集)’ 20권 20책 중 ‘책(策)’ 8에 들어 있는 ‘좋은 사람, 좋은 책, 좋은 산수(好人, 好書, 好山水)’에 나오는 글이다.

그는 성호 이익의 제자로, 1792년(정조16) 식년문과에 급제해 남포현감·‘정조실록’ 편찬관·형조참의 등을 지낸 문신이다. 위 문장은 ‘어떤 사람이 좋은 사람이고, 어떤 책이 좋은 책이고, 어떤 산수가 좋은 산수인가?’는 시험문제에 윤기가 답한 내용의 첫머리다. ‘무호인(無好人)’과 관련해서는 ‘소학’에서 “좋은 사람이 없다는 세 글자는 덕이 있는 사람의 말이 아니다(無好人三字, 非有德者之言也)”고 하였다.

그래서 윤기는 좋은 사람이나 좋은 책, 좋은 산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마음 자세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이 문제라는 것이다. 진리는 평범한 데 있지 않은가. 상식에 알맞은 언행을 하는 사람, 온 사람이 다 읽는 책, 주변에 있는 산수를 진정으로 사랑하면, 모든 사람과 책, 산수가 좋은 것이 될 수 있다.

특이한 것만 찾으려 한다면 영원히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내 마음이 지극하다면, 지금 내 주변 사람과 사물이 가장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와 다름없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3. 3“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4. 4[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5. 5“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6. 6“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7. 7"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8. 8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9. 9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10. 10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1. 1오세훈, 영화 암살자(들) ‘탄흔 티켓’에 “문화 품격 훼손”
  2. 2김민석 “차기 총선 주 싸움터는 한강 아니라 낙동강”
  3. 3李대통령, ‘정청래 그만 괴롭히라’는 글에 “괴롭힌 거 아냐”
  4. 4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8. 8[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9. 9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10. 10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1. 1금융권 광범위 AI 공격 “해킹 시도 더 많을 수도”
  2. 2“이래서 당첨 힘들었나”… 최근 5년간 민간아파트 부정 청약 1699건
  3. 3"차명계좌 적발, 작년 이후 총 3471건…NH농협 가장 많아"
  4. 4정부의 농축산물 할인 지원 예산 급증… 재정 부담 가중될 듯
  5. 5알래스카 LNG 프로젝트 둘러싼 한·미 불협화음 언제까지 이어지나
  6. 6미래대응기금, 국감 쟁점 부상…국회 "재원 지속가능 의문"
  7. 71244회 로또복권 1등 18명…당첨금 16억469만 원
  8. 8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40.8원… 전주보다 0.9원 ↓
  9. 9[속보] 영화 ‘암살자(들)’ 투자 외부 개입 논란에…국책은행 “사실무근”
  10. 10"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1. 1HD현대중공업 올해 임단협 잠정합의안 부결노사 갈등 커질 듯
  2. 2[속보] “법 위반한 적 없어” 김상욱 울산시장 첫 경찰 출석
  3. 3“술값 내라” 여러 차례 여자친구 때릴 듯 위협한 20대 집유
  4. 4부산·울산·경남 일부 비…낮 최고 23∼26도
  5. 5AI 성착취물 텔레그램방 ‘그놈’…잡고 보니 경찰관
  6. 6울산바위 배경으로 사진 찍다 추락한 70대 등산객 숨져
  7. 7ADHD 치료제 처방 2년 새 38% 급증…“공부 잘하는 약 없어”
  8. 8“차량 흔들린다” 술 취해 소화기로 버스기사 폭행한 60대
  9. 9초등학교서 뽀뽀하려는 친구의 장난…“학교폭력 처분 정당”
  10. 10‘부캉이’ 그물도 무용지물…하루만에 수로 안으로
  1. 1“의도한 거라면 안 좋다” 축구 금메달 시상식서 제때 오르지 못한 태극기
  2. 2‘단체전 대역전극’ 펜싱 2관왕 오상욱, 한국선수단 MVP
  3. 3[속보] '짜릿한 역전극' 14세 최지운, AG 요트 소년부 금메달
  4. 4태권도 송다빈, 여자 67㎏초과급 금메달…겨루기 첫 金 수확
  5. 5이우석, 양궁 리커브 남자 개인전 金…단체전까지 2관왕
  6. 6한국, AG 남자 축구 4회 연속 금메달…결승 한일전 1-0 승리
  7. 7서채현, 아시안게임 스포츠클라이밍 여자 리드 금메달
  8. 8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9. 9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10. 10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