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敢請女爲誰氏·엄청녀위수씨
“아무개는 두 번 절하고 아룁니다. 존자(尊慈)께서 저의 몇째 자식 아무개에게 영애(令愛)를 아내로 주시겠다고 허락하셨습니다. 저의 자식은 모년 모월 몇 번째 날 모진(某辰) 모시(某時)에 태어났습니다. 이에 선인의 예법이 있기에 삼가 사자를 보내어 납채를 청하며, 장차 점을 쳐보고자 하니 감히 따님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시기를 청합니다. 부디 존자께서는 특별히 헤아려주시기 바랍니다. 이만 그칩니다. / 연월일 모군(某郡) 관향 모성명(某姓名) 재배(再拜) 상장(上狀) / 모성(某姓) 모관(某官) 집사(執事).”
“某姓名再拜白, 伏蒙尊慈, 許以令愛貺室, 僕之第幾子某, 子生于某年某月第幾日某辰某時, 玆有先人之禮, 敬遣使者, 請納采, 將加諸卜, 敢請女爲誰氏, 伏惟尊慈特賜鑑念, 不宣. (모성명재배백, 복몽존자, 허이영애황실, 복지제기자모, 자생우모년모월제기일모진모시, 자유선인지례, 경견사자, 청납채, 장가제복, 엄청녀위수씨, 복유존자특사감념, 불선.) / 年月日 某郡 貫鄕 某姓名 再拜 上狀(연월일 모군 관향 모성명 재배 상장) / 某姓 某官 執事(모성모관집사)”
필자가 어릴 적 혼사를 치르는 집안 어른들로부터 자주 듣던 내용이다. 흔히 말하는 사주단자(四柱單子)이다. 순암 안정복(安鼎福·1712~1791)이 지은 ‘혼례작의(婚禮酌宜)’라는 결혼식 지침서에 나오는 서식이다.
신붓집에서 결혼을 승낙하면 신랑 될 사람의 생년월일시, 즉 사주를 적은 사주단자를 보낸다. 이에 신붓집에서는 혼례 날짜를 잡아 신랑집에 통보했다. 신붓집에서 택일해 신랑집에 보내는 것을 연길단자(涓吉單子)라 한다. 신랑집에서 혼례를 치르는 경우는 신붓집에서 신부 사주단자를 보냈다.
다음으로 신붓집에서 혼인할 때는 신랑집에서 폐백과 함께 혼서(婚書)를 보냈다. 납채는 민간에서는 잘 하지 않아 납폐와 같은 의미로 쓰였다. 새벽에 폐백이 들어간 뒤 신랑은 해 질 무렵 신붓집으로 갔다. 신붓집에 도착한 신랑은 전안례를 치른 뒤 마침내 혼인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초례(醮禮), 즉 혼례를 치렀다. 코로나19 탓으로 자식 결혼을 미루거나 취소한 이웃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전 결혼풍속이 생각나 간략히 써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