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6> 매화를 아내로, 학을 아들로 삼은 임포의 시

그윽한 향기 황혼 무렵 달빛 속에서 풍겨오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2-14 19:42:28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뭇 꽃들 졌어도 홀로 곱게 피어선(眾芳搖落獨暄姸·중방요락독훤연)/ 작은 정원의 아름다운 정취를 독차지하네.(占盡風情向小園·점진풍정향소원)/ 그림자 비스듬히 맑은 물 얕은 곳에 비껴 있고(疏影橫斜水凊淺·소영횡사수청천)/ 그윽한 향기는 황혼 무렵의 달빛 속에서 풍겨 오네.(暗香浮動月黃昏·암향부동월황혼)/ 서리 같은 흰 학 내려오려다 먼저 눈치 보고(霜禽欲下先偸眼·상금욕하선투안)/ 분 같은 흰 나비가 안다면 마땅히 애를 끊으리라.(粉蝶如知合斷魂·분접여지합단혼)/ 다행히 나지막히 시 읊조려 서로 친할 수 있으니(幸有微吟可相狎·행유미음가상압) /단목 악기나 금 술잔 모두 필요치 않다네.(不須檀板共金尊·불수단판공금존)

중국 송나라 임포(林逋·967-1028))의 시 ‘산원소매(山園小梅·산 정원의 작은 매화)’로 ‘임화정집(林和靖集)’ 권2에 실렸다. 임포는 40세 전후에 중국 항주 서호(西湖) 부근 고산(孤山)에 은거해 ‘매처학자(梅妻鶴子)’를 자처하며 매화를 아내로, 학을 자식 삼아 살았다. 일생 독신으로 매화 300그루를 심고 학 두 마리를 기르며 20년간 성안에 들지 않고 풍류 생활을 했다. 매화 시인으로 불릴 만큼 매화를 노래한 작품에 걸작이 많다. 13세기 이탈리아 여행가 마르코 폴로가 항주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도시라고 말한 바 있다고 한다. 항주는 중국 4대 미인(서시·양귀비·초선·왕소군) 중 서시가 태어난 곳이기도 하다. 소동파의 시 ‘吟湖上初晴後雨(음호상초청후우·서호의 개고 비 오는 경관을 읊음)’등 많은 시인이 서호를 시로 읊었다.

이 시 첫 구에서 추위를 견디고 핀 매화가 다른 꽃이 아직 피지 않은 가운데 단연 눈에 띈다고 했다. 둘째 구에서 달빛 받은 매화가 잔잔한 물에 비치는데 날이 어두워지자 매화 향기가 더욱 두드러짐을 나타냈다. 첫 구는 매화의 고고한 자태를, 둘째 구는 매화의 속성을 표현했다. 시인들은 특히 이 두 구를 높이 평가한다.

오늘 필자는 차(茶)산에 올라가 낫으로 억새와 가시를 베어냈는데 오후가 되니 성질 급한 매화나무 한 그루가 하얗게 꽃을 다 피워버렸다. 매화를 보며 일하는 내내 즐거웠다. 해마다 매화 철이면 혼자 차산에서 황홀해한다.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도청도설] if, 손아섭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4. 4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5. 5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6. 6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7. 7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8. 8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9. 9[시사난장] 중국 굴기와 한국 외교의 ‘새판’
  10. 10[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1. 1[속보] 국정원 "김정은 사망설 허위" 국회 정보위에 보고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4. 4李대통령 지지율 소폭 상승해 40% 회복…부정평가는 50%
  5. 5이 대통령, 최길수 특별감찰관 임명
  6. 6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7. 7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8. 8‘남북 MDL 상호확인·군통신선 복원’ 정부, 군사회담 北에 제안
  9. 9김민석, 소방노조 만나 “정책·예산으로 안전·처우 개선” 약속
  10. 10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6. 6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7. 7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0. 10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부캉이 머물던 북항서 기름 유출…8시간째 모습 안 보여
  6. 6[속보] 여전히 수로 주변 배회하는 ‘부캉이’…“환경 적응하면 바다로 간다”
  7. 7[속보] '명태균 여론조사비 대납 의혹' 오세훈 2심 무죄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9. 9“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0. 10부산교통공사 노사, 파업 직전 잠정 합의…도시철도 정상 운행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5. 5‘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6. 6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7. 7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8. 8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9. 9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10. 10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