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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48> “열심히 일한 것으로 먹고살라”

열 손가락에 진흙도 묻혀보지 않은 사람이…(十指不霑泥·십지불점니)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2-21 18:59:00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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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앞의 흙 다 쓰도록 기와를 구워도(陶盡門前土·도진문전토) / 지붕 위에는 기와 조각 하나 없다네(屋上無片瓦·욕상무편와)./ 열 손가락에 진흙도 묻혀보지 않은 사람이(十指不霑泥·십지불점니) / 번들번들한 큰 기와집에서 사는구나(鱗鱗居大廈·인린거대하).

‘陶者(도자·기와 굽는 사람)’라는 제목의 위 시는 중국 송나라 매요신(梅堯臣·1002~1060)의 작품으로, 그의 문집인 ‘완릉집(宛陵集)’ 권4에 실려 있다. 그는 지방의 관리로 전전하다가 친구 구양 수(歐陽修)의 추천으로 중앙의 관리인 국자감직강(國子監直講·대학교수)이 된 문사였다.

당시 시인들은 아름다운 시를 쓰려던 당나라 말기의 만당풍(晩唐風)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분위기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매요신은 일반인의 삶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소박하고도 솔직하게 표현하려고 노력했다. 그리하여 당시 유행하던 섬교(纖巧)한 시적 폐풍을 일소하고, 새로운 송나라의 시를 개척한 시인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두보 이후 최대의 시인이라는 상찬을 받았다.

위 시는 그의 시풍을 가장 잘 대변하는 작품 중의 하나이다. 지금부터 1000년 전의 일을 읊은 시인데, 마치 지금의 우리 사회를 묘사한 느낌을 받는다.

기와 굽는 사람을 시적 소재로 삼았다. 그 사람은 손에 진흙을 묻혀가며 기와 만드는 일을 해 겨우 먹고산다. 평생 그 일을 했으면 기와집을 수십 채도 더 지을 만큼 기와를 구웠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집 지붕에는 기와 조각 하나 없다. 장삼이사들은 대부분 그러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를테면 농민이나 어민이 그렇다. 좋은 과실이나 생선은 내다 팔고 상품이 되지 못하는 것들만 먹는다.

시인이 살던 송나라 때도 그러했겠지만, 지금은 사람들의 삶이 더욱 다양하다. 손에 흙을 묻히지 않아도 아이템 하나로 돈을 벌어 고대광실에서 사는 사람이 많다. 위 시의 행간을 잘 읽어보면 기와 굽는 사람이 반드시 기와집에 살아야 된다는 의미가 아니라, 열심히 노력한 만큼 살아야 한다는 경구가 담겨 있다. 남을 속이거나 거짓으로 돈을 벌어 떵떵거리며 사는 사람이 많은 세상이지 않은가.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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