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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93> ‘의미 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고 강조한 이색(李穡)

하늘의 마음 씀은 원래 공평하다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  |   입력 : 2021-07-27 19:51:45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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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天公用意自均平·천공용의자균평

어디고 피어 있는 들꽃의 이름 모르나(野花隨處不知名·야화수처부지명) / 나무꾼과 초동의 눈엔 환히 보이네.(蕘叟樵童眼界明·요수초동안계명) / 어찌 꼭 상림원 꽃들만 부귀하겠는가?(豈必上林爲富貴·기필상림위부귀) / 하늘의 마음 씀은 원래 공평하다네.(天公用意自均平·천공용의자균평)

고려 후기의 시인이자 대학자인 목은(牧隱) 이색(李穡·1328~1396)의 시 ‘들꽃(野花·야화)’으로, ‘목은시고(牧隱詩藁)’ 권 23에 수록돼 있다. 그는 큰 학자였으며, 6000여 수의 시를 남긴 뛰어난 시인이었다. 또한 고려 32대 왕인 우왕(재위 1374∼1388)의 사부였다. 위화도 회군(1399) 뒤 창(昌)을 즉위시켜 이성계를 억제하려 하였고 조선 개국에 동조하지 않은 채 불우하게 살다 생을 마감했다.

식물치고 꽃을 피우지 않는 것이 없다고 할 정도로 우리가 알지 못하는 들꽃이 많다. 산을 늘 오르내리는 땔나무 하는 늙은이(蕘叟)나 어린 나무꾼의 눈에는 어떤 종류의 들꽃이든 눈에 익고 아름답다. ‘상림(上林)’은 중국 한(漢)나라 시대 황궁의 정원인 상림원(上林園)을 말한다. 귀한 꽃들이 피는 황제 또는 임금의 정원으로 해석된다.

부귀는 사람이 만들어놓은 가치 중 하나일 뿐이다. 그렇지만 생각하기에 그 가치 기준이 달라진다. 너무 흔해 하찮게 보이는 사물도 누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진다. 그렇게 본다면 세상에 의미 없는 존재는 하나도 없다.

‘명심보감’에 ‘천불생무록지인(天不生無祿之人) 지부장무명지초(地不長無名之草)’라 하였다. ‘하늘은 녹(능력)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키우지 않는다’는 뜻이다. 세상에 쓸모없는 사람이나 이름 없는 풀은 없다는 말이다. 초목도 나름대로의 쓰임새가 있고, 다른 것이 흉내 낼 수 없는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다. 들풀들도 이렇게 제각각 개성과 존재의 가치가 있는데 하물며 사람은 더더욱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각자의 사명과 목적이 있다는 것이다. 소설가 요산 김정한 선생님이 생전에 “이름 모를 들꽃이 어디 있노? 다 이름 있다. 너거가 몰라 그렇지”라고 말씀하시는 걸 몇 번이나 들은 기억이 난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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