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幻出無限玉芙蓉·환출무한옥부용
“나는 평생 원백과 일면식이 없었는데, 이제 이 화권(畵卷)을 통해 그의 화법뿐 아니라 사람됨도 알게 되었다. 풍경을 묘사하고 색을 칠한 공교로움은 참으로 좋아할 만하고, 취하고 버릴 것을 자유로이 다루는 솜씨는 정녕 미치기 어렵다. 정양사 앞에 만약 일만 이천 봉우리를 배치했다면 한 폭의 분경도(盆景圖)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안개와 구름이 자욱한 모습을 그려서 다른 공계(空界)의 본면목으로 돌아갔다. 특히 이 그림에서는 포치에 공을 들여 무한한 옥부용(玉芙蓉)을 환상적으로 그려 내 웅장하고 빼어난 필력을 뽐냈다. 이것이 바로 원백이 취하고 버릴 것을 자유로이 다룬 곳이니,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余平生與元伯不交一面, 今因此卷 不獨得其畫法 兼得其爲人. 寫景設色之工 固可喜 ,其操縱殺活 正自難及.(여평생여원백불교일면, 금인차권 불촉득기화법 겸득기위인. 사경설색지공 고가희, 기조종살활 정자난급.) 正陽前 若排却萬二千峰 不過爲一幅盆景圖. 故作烟雲晻藹狀 還它空界本面目. 特於此段 匠心布置 幻出無限玉芙蓉 以逞其碓秀之筆. 此正元伯操縱殺活處 唯知者知之也.(정양전 약배각만이천봉 불과위일폭분경도. 고작인운암애상 환타공계본면목. 특어차단 장심포치 환출무한옥부용 이령기대수지필. 차정원백조종살활처 유지자지지야.)
위 문장은 담헌(澹軒) 이하곤(李夏坤·1677~1724)이 진경산수화를 완성했다는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해악전신첩(海岳傳神帖)’ 가운데 ‘내산총도(內山摠圖)’에 붙인 제발문(題跋文)인 ‘題一源所藏海岳傳神帖(제일원소장해악전신첩)’으로, 그의 문집인 ‘두타초(頭陀草)’ 책14에 수록돼 있다. ‘내산총도’는 금강산 중 내금강의 주요 승람처가 적절하게 배치되어 있고, 묘사가 치밀하고 색감이 뛰어나 당대 문사들로부터 많은 찬사를 받은 그림이다. 원백(元伯)은 정선의 자(字)다. 서화비평가인 이하곤은 1714년 금강산을 여행하던 도중 김화현감(金化縣監) 이병연을 통해 정선의 산수화를 처음 접했다. 이듬해 이병연이 소장하고 있던 ‘해악전신첩(海岳傳神帖)’과 ‘망천저도’를 본 후 정선의 그림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위 제발문을 썼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