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97> 말복을 넘기며 쓴 김영행의 시

그윽한 골짜기에 꾀꼬리는 벗을 부르는데(幽谷聽鶯如喚友·유곡청앵여환우)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08-10 20:03:3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초가을 물색이 비 오고 나서 새로운데(初秋物色雨餘新·초추물색우여신) / 개울가 좋은 놀이는 아름다운 날의 일이네.(溪上佳遊屬令辰·계상가유속령진) / 그윽한 골짜기에 꾀꼬리는 벗을 부르는데(幽谷聽鶯如喚友·유곡청앵여환우) / 작은 부엌에서 개장국 끓여 손님을 붙드네.(小廚烹狗可留賓·소주팽구가류빈) / 청풍계 궁벽하니 인간 세상 아닌 듯하고(靑楓洞僻疑非世·청풍동벽의비세) / 태고정 한가로워 먼지 덮어쓰지 않았네.(太古亭閑不染塵·태고정한불염진)/ 한참 앉아있으니 삼복더위를 잊겠고(坐久頓忘三伏熱·좌구돈망삼복열)/ 저녁 무렵 굽은 물가로 자리를 옮겼네.(晩來移席曲池濱·만래이석곡지빈)

18세기 문인 김영행(金令行·1673~1755)의 시 ‘말복 날 청풍계에서 함께 시를 짓다(末伏日會話楓溪同賦·말복일회화풍계동부)’로, 그의 문집인 ‘필운시고(弼雲遺稿)’ 제2책에 실려 있다.

말복과 입추가 겹치는 날 김영행은 이병연(李秉淵)·신성하(申聖夏) 등과 인왕산 자락의 청풍계(靑楓溪)에 있는 정자인 태고정(太古亭)에 모여 시회를 즐겼다.

비 오고 난 뒤여서 물색도 좋고 꾀꼬리가 우는 정자에서 개장국을 끓이고 노느라니 삼복더위를 잊는다. 문사들은 절기마다 모여 수창(酬唱)을 하였다. 서로 술잔을 주거니 받거니 하지만, 시도 주거니 받거니 하였다. 시를 주고받는 모습은 이러했다. 시를 한 수 읊어 함께 자리한 다른 사람에게 준다. 그러면 시를 받은 사람은 답시를 지어 주어야 한다. 요즘말로 하자면 흥이 있고 풍류가 있었다.

비단 양반들만 그랬던 것은 아니다. 백대붕(白大鵬)과 유희경(劉希慶) 등의 천민 신분도 임진왜란 이전부터 시를 지었다. 유희경의 연인이자 허균의 시우였던 기생 매창(梅窓)은 시집까지 남겼다. 18세기에 들어서면, 중인·서얼·서리 출신의 하급관리와 평민도 활발하게 시작 활동을 하였다.

올해는 유난히 무덥다. 하루하루 견디다 보니 벌써 입추가 지났고, 어제는 말복이었다. 예전에는 말복에 더위도 식히고 영양 보충도 할 겸 개장국을 많이 끓여 먹었다. 요즘에는 많은 사람이 기겁을 하지만, 당시의 삶을 이해하면 굳이 뭐라 할 것도 아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국민아버지’ 배우 최불암 떠나보내며
  5. 5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6. 6[사설] 가덕도신공항 착공 늦춘 정부, 공사비 증액 확약하라
  7. 7“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8. 8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9. 9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10. 10‘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1. 1“지방주도 성장 33조 투자…공공기관 이전 내년 착수”
  2. 2정파·지역도 초월…‘국제신문 회생’ 국회 팔 걷었다
  3. 3국힘 “가덕 건설 의지 없는 정부…공사비 증액 확약해야”
  4. 4정치권 “능인선원 경영능력 불합격…국제신문 회생 동의를”
  5. 5민주, 5일 조희대 국조요구서 보고…국힘 “탄핵 역풍 맞을까 질질 끌어”
  6. 6이해충돌 빗장 풀려는 시의회…“사익추구” vs “전문성 강화”
  7. 7[속보] 北김여정, 바이낸스 사태에 "美 정치적 도발…예의주시"
  8. 8북한 해커들, 바이낸스서 탈취한 자금 '2차 세탁' 중
  9. 9국힘 새 당무감사위원장 양준모 교수
  10. 10李대통령 부부 등 순방단 명단 개인정보 유출 경찰 내사 착수
  1. 1‘창업도시 600억’ 품어라…부산, 해양·금융 앞세워 총력
  2. 2주식 팔면 다음날 돈 받는다…증권시장 결제주기 하루 단축
  3. 3호반, 한진칼 최대주주 기업결합 신고
  4. 4K-팝 열풍 타고 부산관광 키운다…한류산업 진흥 조례 추진
  5. 5“올해 북극항로 이용 150척…역대 최다 전망”
  6. 6“9증9포 독보적 특허 ‘명품 홍삼’…글로벌 1위 도전”
  7. 711월 제철 삼치·가리비 맛보세요
  8. 8[한 손 뉴스] 부산·통영 ‘환경교육도시’로…특화 환경교육 행·재정 지원(종합)
  9. 9올 ‘산소부족 물덩어리’ 완전히 사라졌다
  10. 10팬스타엔터프라이즈, 해운·조선해양 중심 사업구조 재편
  1. 1경남 9곳, 1인당 월 15만 원 농어촌 기본소득 쟁탈전
  2. 2영도 포차거리 해상추락 잇따르자 뒷북 안전조치
  3. 3‘김해공항 최장노선’ 두바이 직항 내년 열린다
  4. 4창원문화복합타운 매각 불발
  5. 5모집 공고만 15차례…부산 보건소도 ‘의느님’ 모시기 진땀
  6. 6[속보]李 정부 초대 공소청 수장 후보자 3인 압축 전망
  7. 7국제사우회 “지광 손 뗄 때까지 함께 싸울 것”
  8. 8인니 선원 모텔 감금 혐의 경호원들 송치(종합)
  9. 9김해, 동아시아 람사르지역센터 유치
  10. 10오늘의 날씨- 2026년 11월 3일
  1. 1김지율, 고교 최동원상 수상…부산고 하현승 아쉽게 고배
  2. 2BNK 개막전 첫 승…두터워진 선수층 빛났다
  3. 3박항서 향해 “김치맨”…태국 관중들 인종차별
  4. 4체력 비축한 마법사, 타선 폭발한 사자…누가 웃을까
  5. 5[뭐라노] 롯데가 스마트 야구를?
  6. 6단거리 최강馬 위너클리어 짜릿한 역전승…국제신문배 우승
  7. 7“실책·기복 없어야 강팀…거인 맞춤 훈련 강화할 것”
  8. 8“좋은 젊은 피 많아…잠재력 극대화”
  9. 9삼성, KIA 6-1 꺾고 2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
  10. 10BNK, 여자농구 개막전 ‘디펜딩챔프’ KB 완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