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02> 무오사화 발단이 된 김종직 ‘조의제문(弔義帝文)’

서초패왕에게 살해되어 침강에 잠겼다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8-29 19:45:47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爲西楚霸王所弑, 沈之郴江·위서초패왕소시, 침지침강

정축 10월 어느 날 내가 밀성(밀양)에서 경산(성주)으로 가는 길에 답계역(성주군 학산리)에서 잠을 잤다. 꿈에 신(神)이 칠장의 의복을 입고 훤칠한 모습으로 와서 스스로 말하기를 “나는 초나라 회왕(의제) 손심인데 서초패왕(항우)에게 살해되어 침강에 잠겼다.” 그리고는 문득 사라졌다. 내가 꿈에서 깨어 놀라며 이르기를 “회왕은 남초 사람이요, 나는 동이 사람으로, 지역의 서로 떨어진 거리가 만여 리가 될 뿐이 아니며 세대의 선후도 또한 천 년이 넘는데 꿈속에 와서 감응하니 이것이 무슨 상서로움일까? 또 역사를 상고해 보아도 강에 잠겼다는 말은 없으니 어찌 항우가 사람을 시켜서 비밀리에 쳐 죽이고 그 시체를 물에 던진 것일까? 알 수 없는 일이다.” 그리하여 마침내 문을 지어 조문한다. …

丁丑十月日, 余自密城道京山, 宿踏溪驛. 夢有神披七章之服, 頎然而來, 自言: “楚懷王孫心, 爲西楚霸王所弑, 沈之郴江.” 因忽不見. 余覺之, 愕然曰: “懷王南楚之人也, 余則東夷之人也. 地之相距, 不啻萬有餘里, 而世之先後, 亦千有餘載, 來感于夢寐, 玆何祥也? 且考之史, 無沈江之語, 豈羽使人密擊, 而投其屍于水歟, 是未可知也.” 遂爲文以弔之.

(정축십월일, 여자밀성도경산, 숙답계역. 몽유신피칠장지복, 기연이래, 자언: “초회왕손심, 위서초패왕소시, 침지침강.” 인홀불견. 여각지, 악연왈: “회왕남초지인야, 여즉동이지인야. 지지상거, 불시만유여리, 이세지선후, 역천유여재, 내감우몽매, 자하상야? 차고지사, 무침강지어, 기우사인밀격, 이투기시우수여. 시미가지야.” 수위문이조지.)

무오사화의 발단이 된 ‘조의제문(弔義帝文)’ 앞부분으로, 연산군일기(연산군 4년 7월 17일)와 점필재문집에 나온다. 점필재 김종직의 제자인 사관(史官) 김일손이 위 내용을 ‘성종실록’ 사초에 넣었는데 훈구파였던 실록 편찬 책임자 이극돈이 연산군에게 “숙부 항우에게 죽임을 당한 어린 회왕을 조문하는 글에 담긴 속뜻은 세조를 항우에 견주면서 단종의 폐위를 슬퍼하는 내용”이라 고했다. 왕권을 업은 훈구파는 세조에게 불충한 무리라 하여 김종직을 부관참시하고, 제자들을 극형에 처하고 유배 보내 사림파를 몰아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4. 4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5. 5[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6. 6[속보] 재커라이어, 나흘 만에 경질.. ‘역대 최단 기간’ 백악관 대변인
  7. 7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8. 8[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9. 9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10. 10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1. 1[속보] 추미애 '소방 재정 빨대' 발언 사과…“폄훼 의도 없어”
  2. 2李대통령, 부천 화재 순직 소방관 조문…“영원히 기억할 것”
  3. 3국힘, 秋 ‘재정 빨대’ 발언 사과에 “‘사과 바라시니까’…끝까지 오만”
  4. 4김민석, '재정 빨대' 발언 사과... "추미애에게도 사과 요청했다"
  5. 5[정가 인&아웃] 지역현안 해결사 이헌승 국힘 부산 국회의원, 국제신문 회생에도 팔 걷어
  6. 6[속보] 김민석 "'조희대 탄핵 추진' 논의 공식화"
  7. 7이 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담아내야" 국회에 개헌 논의 촉구 (종합)
  8. 8이헌승 "국제신문 실질적 대주주 조사 미흡" 질타에 부산노동청장 "다음주 면담"
  9. 9北,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2종 시험발사(종합)
  10. 10李대통령 “부마항쟁과 5·18 헌법 수록 개헌, 국회가 나서달라”
  1. 11246회 로또 1등 16명…당첨금 각 18억 8,103만 원씩
  2. 2"국민연금 한 번도 못 낸 청년 21만명…10명 중 9명은 '실직'"
  3. 3"통합 앞둔 발전5사, '8020억 자회사 부채' 승계계획 전무"
  4. 4부산 주유소 휘발유 평균가 ℓ당 1838.3원… 전주보다 1.2원 ↓
  5. 5부산 이전 1차 공공기관 4곳, 수도권에 여전히 495명 잔류
  6. 6부산TP 수장 중기부 승인…신임 기관장들 내주 취임
  7. 77.5% 폭락 ‘녹아내린 코스피’…7000서 7일 만에 5500으로(종합)
  8. 8누리호 탄 군집위성, 발사 14시간 만에 첫 지구 촬영 성공
  9. 9부산 9월 취업자 9000명 늘었지만…'경제허리' 40·50대 3만명↓
  10. 10‘신뢰 시그널’ 없는 증시…외인 이달만 18조 투매
  1. 1‘부산살이’ 한 달 된 부캉이…주말 북항 친수공원 인파 몰려
  2. 2통영서 단체 수영하던 50대, 1.8㎞ 표류…해경 구조
  3. 3[날씨칼럼] 날씨와 기후 사이, 평년값으로 읽는 10월
  4. 4부천 공장 화재 순직 소방관 장례 '경기도청장'으로 엄수
  5. 5[속보] 추미애 “순직 소방관께 깊은 애도, 근무 환경 살피겠다”
  6. 6제자 성추행한 초등 교사에 기부금 전달한 전현직 교사 '불구속 송치'
  7. 7부산·울산·경남 가끔 구름 많다가 밤부터 흐려져
  8. 8광주서 승합차·시내버스·오토바이 추돌…2명 경상
  9. 9"뉴스거리 만들려 범행" 인천 흉기난동범 최충락 주거지 압수수색
  10. 10이태원 참사 유족, 4주기 앞두고 진상규명 촉구…"책임자 처벌" 외치기도
  1. 1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2. 2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3. 3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4. 4[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5. 5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6. 6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7. 7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8. 8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9. 9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10. 10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