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07> 낭군을 애끓게 기다리는 기생 능운의 시

산이 높아 달이 늦게 뜨리라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09-14 19:39:05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달이 뜨면 오시겠다던 낭군님(郞云月出來·낭운월출래)/ 달이 떠도 낭군님은 안 오시네.(月出郞不來·월출랑불래)/ 생각해보니 응당 임 계신 곳은(想應君在處·상응군재처)/ 산이 높아 달이 늦게 뜨리라.(山高月上遲·산고월상지)

능운(凌雲·생몰년 미상)의 시 ‘낭군님을 기다리며’(대랑군·待郎君)로, ‘대동시선(大東詩選)’에 있다. 대동시선은 1918년에 장지연이 고조선부터 한말까지 우리나라 역대 시를 시대 순으로 모아 엮은 시선집이다. 능운은 기생으로 알려져 있다. 그 외엔 정보가 없다. 위의 오언절구 시 한 수로 이름이 남았다. 오언절구는 짧아서 오히려 해석이 더 어렵다. 스무 자 안에 깊은 뜻을 다 담기 때문이다.

기다리는 낭군이 누구인지는 알 수 없지만, 그리움을 읊은 시이다. 예전 기생들은 대개 벼슬아치나 양반들과 하룻밤 사랑을 많이 나누었다. 신분상 차이 때문에 그 사랑이 이루어지는 예는 극히 드물었다. 순정이 많은 기녀는 하룻밤 함께 지낸 임을 잊지 못해 평생 가슴에 안고 사는 경우도 있었다. 시를 지을 줄 아는 기생은 애끊는 심정을 시로 남겼다.

임은 달 뜨면 오겠노라고 약속을 하며 떠난 모양이다. 달이 떠도 임은 안 오신다.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임이 철석같은 약속을 하고 떠나지 않았던가. 잊었을 리 없다. 그분만은 믿는다. 그 사람 인품이 그러해서다. 그래서 생각한다. 그분 계신 곳의 산이 여기보다 높아 달뜨는 게 늦은 때문일 게다. 달 뜬 걸 알면 만사 제쳐놓고 달려오시리라. 나를 언제까지나 기다리게 하실 분이 아니다. 시가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녀는 마음을 모두 모아 낭군을 기다린다. 너무나도 약한 처지인 그녀의 그 작은 마음을 읽는 필자의 마음이 아프다. 아마 그녀의 나머지 삶이 대충 짐작되기 때문일지 모른다.

지금 필자는 하동 악양면소재지 아주 작은 카페에 몇 시간째 앉아 능운의 시를 읽고 가슴 저미며 글을 쓰고 있다. 인근에 ‘그리움의 시인’ 박남준 시인이 산다. 그 마을까지 필자를 태워 갈 지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버스를 타고 이곳까지 와 그리움이란 감정을 가슴에 가득 담은 채 말이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6. 6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7. 7“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8. 8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9. 9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5. 5[속보]한동훈, "李 정권 막는 명분 같이라면 '훈훈연대' 힘을 모을 것"
  6. 6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7. 7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8. 8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9. 9특검, '이의제기 없는 투표지'도 현 상태 보전 요청.. "추후 검증에 대비"
  10. 10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한화오션까지 동참… '조선사 빅3' 공동납품 체계 완성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전재수 시장, 명지소각장 폐쇄 결정…“생곡소각장과 별개”
  8. 8강서구, 부산시와 명지소각장 폐쇄 협약 체결
  9. 9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3. 3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7. 7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