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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13> 모스크바에서 자전거 타고 가는 모습을 읊은 김득련

어찌 수레 끈다고 여섯 필 말 고생시키랴(何必御事勞六轡·하필어사로육비)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10-17 19:04:45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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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으로 핸들 잡고 발로 페달 밟으며(手持機軸足環輪·수지기축족환륜)/ 바람처럼 내달리는데 먼지도 나지 않네.(飄忽飛過不動塵·표홀비과부동진)/ 어찌 수레 끈다고 여섯 필 말 고생 시키랴?(何必御事勞六轡·하필어사로육비)/ 느리고 빨리 가는 것도 내 몸이 스스로 하네.(自行遲速在吾身·자행지속재오신)

김득련(金得鍊·1852~1930)의 시 ‘獨行車(독행거·자전거)’로 1897년에 일본 교토에서 간행한 그의 문집 ‘環璆唫艸(환구음초)’에 실려 있다. 자전거를 소재로 해 읊은 시라고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갈 수 있다. 하지만 위 시를 읊은 시점과 장소를 고려한다면 생각이 달라질 것이다.

시인은 조선의 중국어 역관(譯官)이었다. 그는 1896년 러시아 황제 니콜라이 2세 대관식에 참석하게 된 특사 민영환을 따라 그해 4월 1일부터 10월 21일까지 약 7개월 동안 중국·일본·태평양·대서양·영국·독일·네덜란드·모스크바·캐나다·미국 등을 여행했다. 이때 쓴 한시 130여 수가 시집에 실려 있다. 가는 곳마다 그곳 풍물과 문화,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시로 읊었다. 우리나라 최초 세계 일주 한시집이다. 민영환은 다녀와서 고종에게 보고서를 제출해야 했으므로, 러시아어나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한어(漢語) 통역관인 시인을 데려갔던 것이다.

모스크바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을 처음 본 시인의 눈에는 충격적인 모습으로 비쳤다. 분수대를 보고 신기해하면서 시를 썼고, 식탁에 앉아 처음 대하는 포크와 서양 음식들에 대한 시도 썼다. 일행이 조선을 떠나 가장 먼저 도착한 곳은 중국 상하이였다. 상하이가 개항 50년 만에 서양 수준으로 발전한 모습을 보고 시를 썼다. 러시아에서 읊은 시는 30여 수나 된다. 전화기로 통화하는 모습, 서양 여성들이 가슴이 드러나는 옷을 입고 바깥에서 남자와 악수하거나 키스하는 모습을 보고 놀라 시를 읊었다. 그때까지 조선 여인들은 장옷을 덮어썼다. 사절단은 러시아 측 권유로 돌아올 때 시베리아를 횡단해 블라디보스토크를 거쳐 인천으로 귀국했다. 블라디보스토크와 그 인근에 사는 수많은 조선 이주민도 목격했다. 격세지감을 느끼는 시편들이지만, 재미가 있어 골라봤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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