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21> 발해 사신 양태사가 일본에 가 다듬이 소리 듣고 읊은 시

문득 이웃 아낙의 다듬이 소리 들리네(忽聞隣女擣衣聲·홀문린녀도의성)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11-14 18:57:57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가을 달빛 비치고 은하수 밝은 밤에(霜天月照夜河明·상천월조야하명)/ 나그네는 돌아갈 생각에 감회가 애틋하네.(客子思歸別有情·객자사귀별유정)/ 긴 밤을 앉았노라니 수심에 애타는데(厭坐長宵愁慾死·염좌장소수욕사)/ 문득 이웃 아낙의 다듬이 소리 들리네.(忽聞隣女擣衣聲·홀문린녀도의성)/ 끊어질 듯 이어지며 바람결에 소리 실려 오는데(聲來斷續因風至·성래단속인풍지)/ 밤 깊어 별이 지도록 잠시도 그침이 없네.(夜久星低無暫止·야구성저무잠지)/ 고국을 떠나온 뒤 듣지를 못했는데(自從別國不相聞·자종별국불상문)/ 지금 타향에서 같은 소릴 듣네.(今在他鄕聽相似·금재타향청상사)

양태사(楊泰師)의 시 ‘夜聽擣衣聲(야청도의성·밤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로, 일본 문인 이치가와 간사이(市河寬齋·1749~1820)의 ‘일본시기(日本詩紀)’에 실려 있다. 그가 발해 제3대 왕인 문왕 때 일본에 사신으로 가 읊은 시 24행 중 앞부분이다.

문왕 21년(758) 정사 양승경, 부사 양태사 등 23인 발해사절단이 일본으로 갔다. 그해 9월 일본 에치젠(越前)에 도착한 일행은 3개월간 그곳에 체류했고 거기서 이 시를 지었다. 현재 동해 연안 후쿠이현 북부다. 일행은 12월 24일에야 일본 왕경이 있는 헤이조코(平城京·현 나라)에 가 이듬해 1월 18일 순인천황에게 국서를 올렸다.

1월 17일 당시 일본 실력자 후지와라노 나카마로가 일행을 초대하여 연희를 베풀었다. 여기서 양태사는 답례로 지어놓은 이 시와 ‘기노 아소미 공이 눈을 노래한 시에 화운하여(奉和紀朝臣公咏雪詩·봉화기조신공영설시)’ 두 편을 주었다. 양태사는 발해 사신으로 일본에 가 밤에 다듬이 소리를 듣고 고향을 떠올렸다. 발해 도읍은 지금의 중국 흑룡강성 영안현 발해진에 있던 상경용천부(상경성)에 있었다. 문왕이 785년께 현 길림성 훈춘시 팔련성의 동경성으로 수도를 옮겼고 5대 성왕 때 다시 상경성으로 천도했다. 상경용천부는 926년 거란에 멸망할 때까지 135년간 발해 수도였다.

중국 동북공정이 한창일 때 필자는 발굴 중이던 상경용천부와 동모성과 육정산, 연해주와 블라디보스토크 등 발해 유적지를 취재하면서 양태사의 시 등을 접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 이벤트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황령3터널, 시청~대연동 ‘車로 15분’ 시대 여나
  2. 2[뉴스 분석] 환승역도 관광지도 아닌 모라, 급행열차 정차역 선정 시끌
  3. 3청사 ‘동상삼몽’에 메가시티 지각
  4. 4여당이 띄운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4선 연임 금지案…시도지사 선거판도 흔드나
  5. 5롯데 스파크먼 “강속구 앞세워 우승·15승 두 토끼 잡겠다”
  6. 6대선 지원 팔 걷은 당대표 <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7. 7“생생한 우리의 목소리로, 수도권 중심주의에 균열 내달라”
  8. 8최원준의 음식 사람 <50> 속초 양미리, 도루묵구이
  9. 9중대재해법 D-1까지 혼란…“1호 피하자” 연휴 늘리기도
  10. 10[서상균 그림창] 설 선물 언박싱
  1. 1여당이 띄운 국회의원 동일지역구 4선 연임 금지案…시도지사 선거판도 흔드나
  2. 2대선 지원 팔 걷은 당대표 <1>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
  3. 3“생생한 우리의 목소리로, 수도권 중심주의에 균열 내달라”
  4. 4지지율 상승세 윤석열, 릴레이 공약으로 집·산토끼 몰이
  5. 51월 29일은 균형발전의날…정부 “메가시티 지원책 곧 발표”
  6. 6네이버 프로필 띄운 김건희…등판 임박?
  7. 7김혜경 PK서 이재명 지원 사격 “소방관 처우 개선을”
  8. 8‘586 용퇴론’ 쇄신 칼 빼든 여당…이재명 박스권 탈출할까
  9. 9“광화문대통령 시대 열 것” 안철수 비전 제시
  10. 10여당은 상인 돕기, 야당은 당원 결속…부산선대위 세 확산 총력
  1. 1황령3터널, 시청~대연동 ‘車로 15분’ 시대 여나
  2. 2중대재해법 D-1까지 혼란…“1호 피하자” 연휴 늘리기도
  3. 35대 종단도 ‘부울 핵폐기장화’ 반대
  4. 4부울경 소상공인 돕는 KT ‘AI 통화비서’ 인기
  5. 5벡스코 “올해 마이스 정상화로 흑자 전환 목표”
  6. 6부산시 청년일자리사업, 기업 참여 신청 줄이어
  7. 7주가지수- 2022년 1월 25일
  8. 8르노 부산공장 ‘불량없는 품질’로 친환경차 일감 안았다
  9. 9자영업자 등골 빼먹는 배달앱 횡포
  10. 10신평동에 서부산 최대 규모 지식산업센터 분양
  1. 1[뉴스 분석] 환승역도 관광지도 아닌 모라, 급행열차 정차역 선정 시끌
  2. 2청사 ‘동상삼몽’에 메가시티 지각
  3. 3다시! 최동원 <5> 스포츠와 뮤지컬 사이 그의 부활을 꿈꿔본다
  4. 4오늘의 날씨- 2022년 1월 26일
  5. 5양산 동서 관통 '1028지방도' 신설 가속도
  6. 6메가시티 거점 노리는 김해시, 도시계획 새판 짠다
  7. 7동백택시 60대 이상 어르신은 5%만 탑승
  8. 8“생생한 민심 24시간 전달…지역뉴스 콘텐츠 대전환 기대”
  9. 9부산 553명 역대 최다 확진자…이제 시작일 뿐이다
  10. 10제주 원정골프 김해시 공무원, 직위해제
  1. 1롯데 스파크먼 “강속구 앞세워 우승·15승 두 토끼 잡겠다”
  2. 2미리 보는 LPGA 신인왕전…안나린·최혜진 데뷔
  3. 3알고 보는 베이징 <6> 스켈레톤·루지
  4. 4농구팬 만사형통 기원…BNK 홈 경기 이벤트
  5. 5롯데, 이학주에 베팅…‘마차도 리스크’ 지울까 키울까
  6. 6래리 서튼 "위닝 컬쳐" 강조, 롯데 스프링캠프 명단 확정
  7. 7대니엘 강, 1년 5개월 만에 LPGA 정상 탈환
  8. 8황의조 프랑스 리그 첫 해트트릭…벤투호도 반색
  9. 9권순우 호주오픈 남자 복식 16강 탈락
  10. 10알고 보는 베이징 <5> 스노보드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