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24> 조선 후기 여성 실학자 빙허각 이씨 묘지명

그 헤어짐과 만남을 헤아려 보면 어느 것이 짧고 길까?

  • 조해훈 시인
  •  |   입력 : 2021-11-23 19:37:01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絜厥離合, 孰短孰長?·혈궐이합, 숙단숙장?

형수님은 남편과 태어난 지 열다섯 해 만에 반쪽씩 합해 부부가 되었고, 부부가 된 지 마흔아홉 해 만에 미망인이라 칭하였다. 그로부터 또 세 해 만에 합장하여 다시 합했으니, 그 헤어짐과 만남을 헤아려 보면 어느 것이 짧고 어느 것이 길까? 그 말씀을 실천하고 뜻을 따른 것을 슬퍼하여 명을 써서 드러내노라.

端人之於夫子也, 生十五年而牉合, 合四十九年而稱未亡. 又三年而祔也合之, 絜厥離合, 孰短孰長? 悲其言踐而志愜, 銘庸章之.(단인지어부자야, 생십오년이반합, 합사십구년이칭미망. 우삼년이부야합지, 혈궐이합, 숙단숙장? 비기언천이지협, 명용장지.)

위 글은 ‘임원경제지’의 저자인 서유구가 형수인 빙허각 이씨(1759~1824)가 세상을 뜨자 쓴 산문인 ‘嫂氏端人李氏 墓誌銘’(수씨단인이씨 묘지명)의 끝에 들어 있는 내용이다. 서유구의 시문집인 ‘금화지비집(金華知非集)’ 권7에 수록돼 있다. 그는 여성의 경우 묘지명을 쓰지 않으나, 이씨는 문장가인 데다 열녀로서 삶을 살았기에 지었다고 밝혔다. 이씨는 ‘빙허각시집’ 한 권, ‘규합총서’ 여덟 권, ‘청규박물지’ 다섯 권의 저서를 남겨, 조선 시대 여성 실학자로 평가받는다. 이씨는 1809년 ‘규합총서’를 저술하였는데, 이 저서는 20세기 초까지도 여성들에게 널리 읽히고 인용됐다고 한다.

묘지명의 앞부분 ‘端人(단인)’은 정8품 문무관의 아내의 품계를 뜻한다. 그녀의 남편 서유본(1762~1822)은 23세에 생원시에 합격한 후 대과에는 낙방하고, 1805년 동몽교관이 되었다. 이듬해 중부인 서영수가 해도로 귀양 갈 때에 관직을 빼앗겼다. 서영수는 경기도관찰사가 되었지만, 1806년 안동 김씨의 사화에 연루됐다고 하여 흥양(전남 고흥)을 거쳐 임피(전북 군산)로 유배돼 그곳에서 세상을 떴다. 서유본은 관직을 빼앗긴 이후 학문에 전념하여 ‘좌소산인문집’ 등의 저서를 남겼다. 이씨는 남편이 세상을 버리자 ‘절명사(絶命詞)’라는 글을 지었고, 19개월 후 사망했다.

며칠 전 필자는 작고한 어느 유명 인사의 묘지명 원고를 읽을 기회가 있어, 지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빙허각 이씨의 묘지명에 대해 설명한 바 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 이벤트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그래픽] 부산 롯데타워 추진 타임라인
  2. 2일본 규슈 해역 규모 6.4 지진…부산·경남서도 진동 감지
  3. 3[날씨칼럼] 교통사고 1위 광안대교가 안전해지려면
  4. 4부산 신규 확진자 236명... 새로운 집단감염 다수 발생
  5. 5[뭐라노]지리산 고로쇠
  6. 6오미크론 대유행 눈앞...새 방역체계 어떻게 달라지나
  7. 7부산 규제자유특구, 22년 사업 계획 평가서 ‘최우수’
  8. 8경남 찾은 안철수 "단디 하겠다" 부울경 연고 강조
  9. 922일 부울경 날씨 대체로 흐려...어제보다 기온 높아
  10. 10양산시 구직청년 면접 정장 대여사업 호응
  1. 1경남 찾은 안철수 "단디 하겠다" 부울경 연고 강조
  2. 2부산 북구청장 후보군 출판회 경쟁
  3. 3홍준표 전략공천 요구에 윤석열 공정 원칙 내세워…갈길 먼 원팀
  4. 4민주당 중앙선대위 부산서 대책 회의 "부산 대대적 지원 약속"
  5. 5한-이집트 정상, "FTA 공동연구시작·K9 자주포 도입 노력"
  6. 6한국·이집트, FTA체결 위한 첫걸음 뗐다
  7. 7양당 부산선대위 청년 토론배틀 붙나
  8. 8출당시키라는 불교계, 버티는 정청래…여당 당혹감
  9. 9“대미 신뢰 조치 재고” 북한 핵실험 재개 시사
  10. 10윤석열 성에 안 찼던 부산선대위 발대식
  1. 1[그래픽] 부산 롯데타워 추진 타임라인
  2. 2부산 규제자유특구, 22년 사업 계획 평가서 ‘최우수’
  3. 3부산맛집 밀키트 ‘배민’으로 전국 갑니데이~
  4. 4“센텀2지구에 조선 R&D 클러스터 센터 건립을”
  5. 5르노삼성-中 지리자동차, 2024년부터 부산서 친환경차 생산
  6. 6이동 풍력발전기 개발 눈앞…세계시장 ‘게임체인저’ 기대
  7. 7지방소비세율 인상의 역설…수도권에 돈 더 걷힌다
  8. 8제주 남동해역서 닭새우 신종 1종 발견
  9. 9미니스톱 롯데 품으로… 편의점 CU GS 롯데 3강체제 재편
  10. 10두바이 다녀온 부산상의, 2030엑스포 유치 지원 집중
  1. 1일본 규슈 해역 규모 6.4 지진…부산·경남서도 진동 감지
  2. 2[날씨칼럼] 교통사고 1위 광안대교가 안전해지려면
  3. 3부산 신규 확진자 236명... 새로운 집단감염 다수 발생
  4. 4오미크론 대유행 눈앞...새 방역체계 어떻게 달라지나
  5. 522일 부울경 날씨 대체로 흐려...어제보다 기온 높아
  6. 6양산시 구직청년 면접 정장 대여사업 호응
  7. 7경남 코로나 130명 추가...오미크론 누적 311명
  8. 8부산 울산서 잇단 갯바위 낚시 사고...1명 사망 3명 구조
  9. 9달릴수록 적자鐵…국가보조금, 노인 운임 일부부담 등 해법
  10. 10“서울 학교 가면 학숙·학비 줄게” 헛심 쓰는 부산 지자체들
  1. 1골프장 카트·캐디 이용 강제 금지
  2. 2[단독] 롯데 반스 “KBO 커쇼 되겠다…체인지업 주무기로 승부”
  3. 3‘코리안 주짓수’ 공권유술의 인기비결은?...창원 의창도장 오경민 관장을 만나다
  4. 4“올해는 작년보다 나은 경기할 것”
  5. 5롯데 스프링캠프서 연습경기 미실시, 자체 청백전으로 대체
  6. 6알고 보는 베이징 <3> 바이애슬론
  7. 7집토끼 산토끼 잡은 KIA…전력 유출 고민인 롯데
  8. 8‘백신 거부’ 조코비치, 100억대 후원 끊기나
  9. 9무승부 속출 일본프로야구, 3년 만에 연장 12회 부활
  10. 10마지막 시험대 오르는 국내파…누가 벤투호에 최종 승선할까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