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25> 늙은 기생에게 시를 지어준 고려의 시인 정습명

수달의 골수로도 옥 같은 볼을 고칠 수 없으니(獺髓未能醫玉顂·달수미능의옥뢰)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1-11-28 18:51:35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온갖 꽃떨기 속에 어여쁜 모양 산뜻한데(百花叢裏淡丰客·백화총리담봉객)/ 홀연히 광풍을 만나 붉은빛을 덜었구나.(忽被狂風減却紅·홀피광풍감각홍)/ 수달의 골수로도 옥 같은 볼을 고칠 수 없으니(獺髓未能醫玉顂·달수미능의옥뢰)/ 오릉의 공자를 끝없이 한스럽게 하는구나. (五陵公子恨無窮·오릉공자한무궁)

위 시는 고려 시대 시인이자 문신인 정습명(鄭襲明·?~1151)의 시 ‘贈妓(증기·기생에게 줌)’로 ‘동문선’에 있다. 이인로의 ‘파한집’에 위 시와 관련한 이야기가 나온다. 남쪽 고을에 재색이 뛰어난 기생이 있었는데 한 군수가 그녀를 총애했다. 군수는 임기를 마쳐 그 고을을 떠나게 되자 “다른 남자가 그녀를 차지하겠지”라는 생각에 기생 얼굴을 촛불로 지져 성한 살이 없을 정도였다. 그 후 정습명이 안찰사로 지나다가 그 기생을 보곤 가련히 여겨 위 시를 써 주고 ‘만약 관리들이 지나가거든 위 시를 보여주라”고 했다. 그 말대로 했더니 보는 사람마다 도와주어 그녀가 잘살게 됐다. 셋째 구의 ‘獺髓’는 수달의 뼛속에 있는 기름이다.

중국 전설을 모은 ‘습유기’에 삼국시대 때 오나라 왕 손화가 수정여의라는 춤을 추다가 잘못하여 등부인의 볼에 상처를 냈는데, 의원이 말하기를 “백달수를 옥과 호박설(琥珀屑)에 섞어 바르면 흉터가 없어질 것”이라고 했다. ‘청구풍아’ 주(註)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등부인을 총애한 손화가 술이 취해 여의무를 추다가 그녀의 뺨을 다치게 하자 흰 수달의 골수를 구해 옥과 호박가루를 섞어 백금으로 이긴 다음 발랐다. 호박이 너무 많아 왼뺨에 사마귀처럼 붉은 점이 생겼는데, 더욱 예뻐졌다.

정습명 시의 마지막 구에 ‘오릉공자’는 중국 한(漢)나라 때 오릉 부근 번화한 지방에 살던 공자로, 부호가의 자제를 일컫는다. 위 시의 기생을 정습명 자신의 모습에 비유한 것이라는 평도 있다. 고려 인종이 세상을 버리면서 정습명에게 의종을 부탁했다. 하지만 의종이 싫어하자 괴로워하던 정습명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의종은 이의민에게 비참하게 살해됐다.

어제 저녁 목압서사에서 ‘팔만대장경과 하동’ 주제 초청특강을 가졌다. 고려와 관련한 여러 이야기가 나와 위 시가 떠올랐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3. 3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4. 4“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5. 5‘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6. 6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7. 7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8. 8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9. 9[근교산&그너머] <1480> 창원 무학산 둘레길 2코스
  10. 10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1. 1전재수 “생곡 무산 땐 에코델타에 소각장 불가피”
  2. 2軍·유엔사 “군사분계선 이남 지뢰매설, 北 정전협정 위반”(종합)
  3. 3국정원 “우크라가 北포로 송환 비공개 먼저 요청”(종합)
  4. 4‘김종서함’ 울산 진수식 찾은 이재명 대통령 “자주국방이 주권”
  5. 5이 대통령 "전작권 환수로 자주국방 마침표"
  6. 6李대통령 지지율 직전과 같은 43%…민주 35%·국힘 25%
  7. 7여야 “軍, 북한에 강력 대응” 촉구
  8. 8李 "중수청장 후보자 친윤 주장은 허위, "맛집 찾아갔더니 부실" 받아친 추미애(종합 2보)
  9. 9이 대통령 "김지용 후보자, 검사 출신 이유로 배제하면 중수청 망쳐"
  10. 10트럼프 알래스카 투자 깜짝 발표, 與 "확정된 것 아냐"
  1. 1센텀2 분수령 풍산 부지보상 본격화…1조 관측
  2. 2한달간 부산은 축제도시…‘페스티벌 시월’ 시작
  3. 3“부캉이 왜 쫓아내나”vs“먹이활동 안 해 폐사 우려”
  4. 4HJ중공업 7900TEU급 ‘가닛’ 명명식…중대형 컨선 14척 인도
  5. 5센텀2 배후지 ‘트리븐 센텀’ 뜬다
  6. 6김해공항과 ‘50년 동행’ 부산은행…영업점 단독 응찰
  7. 7“부캉이 테마공원 만들자”…동구는 조형물 설치 검토
  8. 8해운 대기업 부산 이전 효과 내려면…“산업 생태계 구축돼야”
  9. 9삼영이엔씨, 회생계획 인가…3자배정 100억 유증
  10. 10반도체 호황에…올 국세수입 478조 역대 최대 예측(종합)
  1. 1‘부산검찰청’ 떼고 ‘공소청’ 간판
  2. 2전재수 전 보좌진 4명 ‘증거인멸’ 유죄(종합)
  3. 3부산예술대학교 내년 2월 폐교…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재정난 원인
  4. 4朴시정 선거악재 우려 ‘생곡 용역’ 중단…백지화 소문 키워
  5. 5[한 손 뉴스] 푸바오의 쌍둥이 동생들, 올 연말 중국으로 떠난다(종합)
  6. 6“110억 투입 부산 의료버스, 플랫폼업체에 예산 1/3 지급”
  7. 7바리케이드 걷힌 소녀상…2년여 만에 시민 품으로(종합)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일
  9. 94년 방치 창원 짚트랙, 새 체험시설 만든다
  10. 10창녕 2세 아들 숨지게 한 父 징역 17년
  1. 1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2. 2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3. 3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4. 4중원 황인범·투톱 변화…승리 축포 쏠까
  5. 5역시 안세영…AG 2번째 ‘금빛포효’(종합)
  6. 69회 4실점 진땀…롯데, 키움에 가까스로 승리
  7. 7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중국에 역전승 거두고 결승 진출
  8. 8공격에 쏟아붓다가 골문 열린 모레노호
  9. 9고성군, 통영시 거제시와 손잡고 2029년 도민체전 공동개최
  10. 10일본 대회운영 왜 이러나…한국 육상 남자 400m 계주, 판정 논란 딛고 동메달 지켰다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