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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37> 금강산 유람하며 주자의 시 읊조린 송시열

반평생 문을 닫고 책만 읽었다(半世宏關字字尋·반세굉관자자심)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1-09 18:57:17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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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글에 옛사람의 마음 있다는 말 들어(陳編聞有古人心·진편문유고인심)/ 반평생 문을 닫고 한 글자 한 글자 찾았네.(半世宏關字字尋·반세굉관자자심)/ 머리를 파묻고 읽어도 끝날 날 없을까 봐(却怕埋頭無了日·각파매두무료일)/ 한가한 걸음으로 날짐승 쫓기로 했네.(更將閑脚逐飛禽·경장한각축비금)/ 풍악산 큰 기운은 천년 동안 쌓였고(楓山顥氣千年積·풍산호기천년적)/ 동해의 푸른 물은 만 길이나 깊구나.(蓬海滄波萬丈深·봉해창파만장심)/ 이곳이 (주희의) 남악 시(詩) 읊기에 가장 적당하니(此地最宜南岳句·차지최의남악구)/ 높은 곳에 오를 때면 길게 읊어보노라.(每登高處費長吟·매등고처비장음)

노론 영수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1607~1689)의 시 ‘풍악산에서 노닐며(遊楓岳)’로, 그의 제자인 임방의 ‘수촌만록(水村漫錄)’에 있다. 문을 닫고 들어 앉아 책만 읽던 송시열이 77세인 1683년 금강산(풍악산)을 유람했다. 송나라의 주자는 제자 두 명과 함께 중국 5악(岳) 중 남악(南岳)인 형산(衡山)을 유람한 후 ‘남악창수집(南嶽唱酬集)’을 남겼다. 이 가운데 특히 남악시(南岳詩)는 조선조 문인 학자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주자의 남악시는 ‘취해서 축융봉을 내려오며 짓다(醉下祝融峯作)’로 보인다. 주자가 형산 72봉 중 가장 높은 축융봉에 올라 탁주 잔을 기울이며 기상을 펼친 광경이 묘사돼 있다. “내가 장대한 바람 타고 만리를 와서(我來萬里駕長風·아래만리가장풍)/ 깎아 세운 골, 층층 구름에 가슴 탕탕 씻노라.(絶壑層雲許盪胸·절학층운허탕흉)/ 탁주 세 잔에 호기가 발동하여(濁酒三杯豪氣發·탁주삼배호기발)/ 낭랑히 읊조리며 축융봉 날아 내려오네.(朗吟飛下祝融峰·낭음비하축융봉)”

송시열은 60세에 충북 괴산 낙양산 아래 화양동(華陽洞)으로 가 글을 읽고 제자를 가르쳤다. 임방이 화양동에서 열흘간 스승 송시열을 모시고 지내며 매일 밤 스승이 책 읽는 걸 목격했다. 송시열은 83세에 사사됐다. 5년 전 목압서사에서 함께 글 읽고, 지리산 유람하며 막걸리 잔 기울이던 학인(學人)이 오랜만에 방문했다. 산을 좋아하고 호탕한 그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는 중 송시열과 주자의 남악시도 언급했다.

시인·고전인문학자·목압서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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