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39> 한겨울 서재에서 매화 그림 보며 시 읊은 최기남

화로를 낀 채 짝할 벗은 그림 속의 매화라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1-16 20:50:51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擁爐相伴畵梅花·옹로상반화매화

꽁꽁 언 마을에 눈서리 집을 두르고 쌓였는데(凍塢氷霜繞戶堆·동오빙상요호퇴)/ 화로를 낀 채 짝할 벗은 그림 속의 매화라네.(擁爐相伴畵梅花·옹로상반화매화)/ 젊은 날 산수의 흥을 따라다니던 그 길에서(依然少日湖山路·의연소일호산로)/ 찬 향기 소매 가득 담고 눈 밟고 돌아왔었지.(滿袖寒香踏雪廻·만수한향답설회)

조선 중기 위항(委巷) 시인 최기남(崔奇南·1586~?)의 ‘겨울날 서재에서 매화 그림을 보며(冬日書齋看畵梅)’로, 그의 문집 ‘구곡집(龜谷集)’에 있다. 겨울날 눈이 많이 내려 쌓여 있다. 최기남은 방안에서 그림 속 매화를 벗으로 삼았다. 소싯적 매화를 구경하고 소매 가득 꽃향기를 담아 눈을 밟고 돌아오던 시절이 상상되었다. 돈이 좀 있는 선비는 방에 매화 화분을 들여놓고 꽃을 피워 감상했다. 17세기 시인 신정(申晸)의 시 ‘밤에 혼자서(獨夜)’를 보자. “그믐 되자 매화가 사람을 보고 웃길래(近臘梅花笑向人·근랍매화소향인)/등불 아래 온 마음으로 마주한다네.(盡情燈火共相親·진정등화공상친)/추운 서재에서 눈 녹인 물로 차 끓여 마시는 흥(寒齋雪水烹茶興·한재설수팽차흥)/금을 새긴 비단 휘장의 봄인들 이를 당하겠는가?(何以鎖金帳裏春·하이쇄금장리춘)” 시에서 “매화가 사람을 보고 웃길래”는 꽃이 피었다는 것이다.

매화는 운치가 빼어나고 격조가 높아 선비의 상징이었다. 특히 선비 중 벼슬하지 않고 절의를 지키는 처사(處士)에 비유했다. 차를 끓여 마시면 더 멋스러울 듯한데, 최기남은 가난하여 차를 마실 형편이 되지 못한 모양이다. 눈 내린 산속 집에서 화로를 끌어안고, 비록 그림 속 매화이지만 벗하는 시인의 낭만이 잘 느껴진다.

필자는 요즘 차산에서 살다시피 한다. 낫으로 잡목과 억새풀, 가시를 베고 차밭 사이 길을 내는 일을 한다. 어둑해지면 지난해 잘라놓은 잡목을 지고 내려와 아궁이 땔감으로 쓴다. 차산에 스무 그루 가량 오래된 매화나무가 있다. 매화 핀 모습을 좋아해 가지치기를 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하얀 매화를 많이 오랫동안 볼 수 있다. 요즘 매화나무가 꽃망울을 잔뜩 맺었다. 눈발이 자주 날리며 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성질 급한 어느 가지에서 조만간 한 두 송이쯤 꽃을 피울 것 같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2. 2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3. 3“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4. 4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5. 5‘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6. 6[정쾌호의 부동산 탐구생활] 부산 아파트 10년, 이중 양극화와 위상 추락
  7. 7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8. 8“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9. 9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10. 10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1. 1‘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2. 2[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3. 3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4. 4[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5. 5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6. 6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7. 7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8. 8李 “김지용, 친윤 아닌 반윤 검사” 중수청장 청문 요청키로
  9. 9靑 “이 대통령 ‘불의의 사고’ 표현, 부상 장병 위로한 것…북한 면죄부 주려는 것 아냐”
  10. 10이 대통령,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청문요청안 재가
  1. 1“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2. 2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5. 5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6. 6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7. 7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8. 8신한銀 2만5000명 고객정보 털렸다…당국 조사
  9. 9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10. 10BPA, 5번째 해외 물류거점 구축…베트남 사업 본궤도
  1. 1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2. 2“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3. 3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4. 4‘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5. 5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6. 6전재수 ‘되돌릴 수 없는 해양수도 기반 조성’ 선언
  7. 7부산중수청 문 여는데 아직 공사중…외부 출입통제도 어려워
  8. 8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9. 9아침기온 경남 7도, 부산 15도…2일부터 쌀쌀해진다
  10. 10“기관장 인선, 유능하면 지역 불문…산은 유치 채널 총동원”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9. 9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