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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69> 여수‘하멜등대’를 보며 하멜의 글을 떠올림

말이 통하지 않고 문자도 다릅니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5-08 19:54:13
  •  |   본지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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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語音不通, 文字亦異·어음불통, 문자역이

제주목사 이원진(李元鎭)이 치계(馳啓)하기를, “배 한 척이 고을 남쪽에서 깨져 해안에 닿았기에 대정현감 권극중과 판관 노정을 시켜 군사를 거느리고 가서 보게 하였더니, 어느 나라 사람인지 모르겠으나 배가 바다 가운데에서 뒤집혀 살아남은 자는 38인이며 말이 통하지 않고 문자도 다릅니다. … 파란 눈에 코가 높고 노란 머리에 수염이 짧았는데, 혹 구레나룻은 깎고 콧수염을 남긴 자도 있었습니다. … 이에 조정에서 서울로 올려보내라고 명하였다. (【태백산사고본】 11책 11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45면)

濟州牧使李元鎭馳啓曰: “有舡一隻, 敗於州南, 閣於海岸, 使大靜縣監權克中, 判官盧錠, 領兵往視之, 則不知何國人, 而船覆海中, 生存者三十八人, 語音不通, 文字亦異. … 碧眼高鼻, 黃髮短鬚, 或有剪髥留髭者. … .” 於是, 朝廷命上送于京師.(제주목사이원진치계왈: “유강일척, 패어주남, 각어해안, 사대정현감권극중, 판관노정, 영병왕시지, 즉부지가국인, 이선복해중, 생존자삼십팔인, 어음불통, 문자역이. … 벽안고비, 황발단수, 혹유전염유자자. ….” 어시, 조정명상송우경사.)

‘효종실록’ 11권, 효종 4년(1653) 8월 6일 무진 2번째 기사이다. 동인도회사 소속 선박 선원인 헨드릭 하멜(Hendrik Hamel·1630~1692)의 표류 내용이다. 1653년(효종 4) 7월 하멜은 상선 스페르웨르(Sperwer)호를 타고 대만을 거쳐 일본 나가사키(長崎)로 가게 됐는데, 태풍을 만나 제주도에 표착했다. 하멜은 포를 다루는 포수 경험이 있어 한양 훈련도감에 배속됐다.

며칠 전 친구 부부와 전남 여수로 놀러가 밤바다에서 커피를 마시고 산책했다. 바닷가에 빨간 ‘하멜등대’가 있었다. 역사학자인 친구는 하멜의 여수 시절을 알고 있었다. 1656년 3월 훈련도감은 하멜 일행을 전남 강진 전라병영성에 소속시켰다가, 1663년 남원 5명, 순천 5명, 여수 전라좌수영에 12명을 분산시켰다. 하멜은 여수 전라좌수영에 배치됐다가 1666년 동료 7명과 배를 타고 나가사키로 탈출했다. 하멜은 1668년 고국 네덜란드로 돌아가 그해에 억류 생활 14년의 기록 ‘하멜표류기’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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