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170> 고산 윤선도가 기장에서 유배 살 때 읊은 시

헤어지려니 오직 천 갈래 눈물만이 흘러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5-10 20:12:33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臨分惟有千行淚·임분유유천행루

네 뜻을 따르면 새로운 길 얼마나 많은 산이 막을 것이며(若命新阡隔幾山·약명신천격기산)/ 세파를 따르자니 얼굴 붉어지려는데 어찌하겠는가?(隨波其奈赧生顔·수파기내난생안)/ 헤어지려니 오직 천 갈래 눈물만이 흘러(臨分惟有千行淚·임분유유천행루)/ 너의 옷자락에 뿌려져 점점이 얼룩지네.(灑爾衣裾點點斑·쇄이의거점점반)

내 말은 쉬지 않고 달리고 네 말은 느리지만(我馬騑騑汝馬遲·아마비비여마지)/ 이 길을 어찌 차마 따라오지 말라고 하겠느냐?(此行那忍勿追隨·차행나인물추수)/ 가장 무정한 것은 가을의 해이니(無情最是秋天日·무정최시추천일)/ 헤어지는 사람을 위해 잠시도 머물러주지 않네.(不爲離人駐少時·불위리인주소시)

위 시는 고산(孤山) 윤선도(尹善道·1587~1671)의 ‘贈別少弟’(증별소제·아우와 헤어지며 지어 주다) 1·2수로, 그의 문집인 ‘孤山先生遺稿(고산선생유고)’에 수록돼 있다.

윤선도가 부산 기장 황학대 일대에서 1618년 11월부터 1623년 3월까지 4년 4개월 동안 유배생활을 했다. 그는 ‘오우가’ ‘어부사시사’를 짓고, 송강 정철·노계 박인로와 더불어 조선 3대 시가인이다. 서른 살에 예조판서 이이첨을 탄핵하는 내용을 상소했다가 이른바 ‘괘씸죄’로 함경도 경원에서 2년간 유배생활을 하던 중, 그래도 성이 차지 않은 사람들에 의해 기장으로 이배됐다. 평생 세 차례 유배되고 두 차례나 이배되는 불운과 시련을 겪었다. 가장 긴 귀양살이를 한 곳이 기장이다. 그가 기장에 온 지 3년 뒤인 1621년 8월 이복동생 윤선양이 찾아왔다. 만남 뒤 떠나보내며 애끓는 마음을 표현했다. 그가 아우를 배웅한 곳이 삼성대이다. 선양은 윤선도에게 속전(贖錢·돈을 주고 유배에서 벗어남)을 제안했다. 윤선도는 이를 단호히 거절했다. 두 수의 시에는 동생을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형의 마음이 애절하게 나타나 있다. 먼 길이니 서둘러 떠나야 한다는 마음에 윤선도의 말은 서두르지만, 떠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동생의 말은 오히려 더디다. 그런 내용이 위 시에 담겨 있다. 필자의 지인이 도보여행을 하면서 이 구간을 지나다 연락해왔다. 필자가 윤선도의 기장 유배에 대해 언급했던 글을 읽었다는 것이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정부, 공연장 겸 돔구장 추진…북항 돔 아레나 ‘기회’
  2. 2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3. 3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4. 4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5. 5[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6. 6‘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7. 7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8. 8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9. 9이기대 예술공원 사업도 차질
  10. 10[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1. 1‘신천지 與 입당 정황’ 친청계 반발…“김 대표, 조사 과정 제대로 밝혀라”(종합)
  2. 2北 "전날 동해서 2종 잠수함발사 전략순항미사일 시험발사"
  3. 3신임 靑 비서실장에 임광현 국세청장(종합)
  4. 4김민석 격주 부산행 PK 민심잡기…부마항쟁 기념식 찾는다
  5. 5김지용 “정치검사 1호는 尹”…과거 행적 놓고 與 집안싸움(종합)
  6. 6박형준 “새로 할 일 없는 사람들, 전임 시정 뒤집기 집착”
  7. 7김민석, 강훈식 서울시장 후보론에 “가능성 열려있다”
  8. 8李 대통령 지지율, 2주 전보다 소폭 오른 44%…부정 평가 49%
  9. 9선관위 특검, 중앙선관위 등 7곳 압수수색…투표자수 허위입력 확인”
  10. 10여도 야도 농지 전수조사 질타…임대수탁 부작용 등 지적
  1. 1호텔 셔틀 타고 황령산 야경 보러가요
  2. 2[속보]홈플러스 희망퇴직 신청자 몰리는 바람에 접수 조기마감
  3. 3올해 자사주 62조 태웠다…‘삼전닉스’ 과반
  4. 4부산 호텔업계 “바가지요금 논란 되풀이 막자”
  5. 5삼전닉스 급락에 코스피 5600선까지 추락…매도사이드카 발동
  6. 6금융사 AI해킹 16곳으로 늘어나…130곳은 ‘보안 미흡’
  7. 7친환경에너지·AI기술 각축…업계 트렌드 읽고 미래로 항해
  8. 8[속보]“편의점 김밥 잘 골라야”… 속 재료·영양·가격 등 제품마다 제각각
  9. 9현대차, 인도에 20조 통 큰 투자…생산·연구개발 거점 강화
  10. 10‘8% 넘게 폭락’ 두 달만에 코스피·코스닥 1단계 서킷브레이커 발동
  1. 1폭발음 뒤 불길…인근 7000명 대피(종합)
  2. 2부산시, 퐁피두 분관·라 스칼라 공연 백지화(종합)
  3. 3[단독] “어? EBS서 봤던 문젠데” 부산 고교 118명 중간고사 재시험
  4. 4구·군은 맘대로 불법 현수막…민간엔 과태료 폭탄
  5. 5부산도시철 교대인력 공백 떠안은 직원들…현장 아우성
  6. 6변성완·박상준,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송치
  7. 7市 ‘시간 쪼개기 계약’ 채용 관행 전면 손질
  8. 8해인사, 팔만대장경 한 본 더 제작한다…29일 판각 시작 알리는 고불식
  9. 9부산중수청장 “지방청 중심 수사…기존 검찰 구조와 다를 것”
  10. 10사하구 장림동 아파트 주차장서 화재…승용차 엔진룸서 불길
  1. 1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2. 2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3. 3[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4. 4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5. 5황성빈은 첫 도루왕…끝까지 뜨거웠던 타이틀 경쟁
  6. 6한화, 새 사령탑에 류지현…3년 20억원
  7. 73년 無가을로 계약 만료…김태형 감독 운명은?
  8. 8프로야구 한화, 신임 사령탑으로 류지현 국가대표 감독과 계약
  9. 9최동원 어린이 야구교실, 출범 11년 만에 프로선수 배출
  10. 10HJ重·동부건설, 소외층·골프 꿈나무에 3000만원 기부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