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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06> 신라 때 혜초 스님이 천축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읊은 시

가는 편에 편지를 부치고자 하나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09-25 19:53:02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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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緘書參去便·함서참거편

달 밝은 밤에 고향 길 쳐다보니(月夜瞻鄕路·월야첨향로)/ 구름만 떠 나부끼며 돌아가네.(浮雲颯颯歸·부운립립귀)/ 가는 편에 편지를 부치고자 하나(緘書參去便·함서참거편)/ 바람은 듣지도 않고 급히 가네.(風急不聽廻·풍급불청회)/ 내 나라는 하늘 끝 북쪽에 있는데(我國天岸北·아국천애북)/ 남의 나라 땅 서쪽 모퉁이에 와 있네.(他邦地角西·타방지각서)/ 남쪽은 따뜻하여 기러기 오지 않으니(日南無有雁·일남무유안)/ 누가 계림(고향)으로 날아가 소식 전해주리오.(誰爲向林飛·수위향림비)

위 시는 신라 때 혜초(慧超·704~787) 스님이 인도(천축국)에서 고향을 그리며 쓴 시 ‘月夜浮雲’(월야부운·달밤에 뜬 구름을 보며)’으로, 그의 여행기인 ‘왕오천축국전(往五天竺國傳)’에 실려 있다. 혜초는 723년부터 727년까지 다섯 천축국을 답사했다. 혜초는 깨달음을 찾아 어렵게 천축국까지 왔다. 말도 안 통하는 이국을 다니다 보니 고향이 그리웠을 것이다. 다시 고향에 갈 수 있다는 기약도 없다. 고향에 편지 한 장이라도 보내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천축국 서쪽 모퉁이에서 아득한 동북쪽 고향에 소식 전할 길이 없다. 바람편에라도 편지를 부쳐 보내고 싶은데, 야속한 바람은 급히 스쳐 간다. 먼 곳에서 온 소식을 기러기가 전해준 편지라 하여 ‘안서(雁書)’라 한다. 스님도 안서를 전할 기러기를 찾지만, 따뜻한 천축국에는 기러기도 오지 않는다.

혜초는 4년 동안 인도와 아프가니스탄, 중앙아시아 일대를 다니며 구도여행을 했다. 중국 실크로드를 거쳐 장안으로 돌아온 혜초는 그 여정을 기록해 ‘왕오천축국전’을 남겼다. 장안으로 돌아가는 여정을 읊은 시도 한 수 있다. 그중 일부에 “길은 거칠고 고개 위엔 눈만 가득하고(道荒宏雪嶺·도황굉설령)/ 험한 골짝에는 도적떼만 날뛰네.(澗險賊途猖·간험적도창)”라는 구절이 있다. 설령(雪嶺)은 그냥 눈 덮인 고개가 아니라 히말라야를 말한다. 당시 히말라야를 넘어 파미르고원을 건너 다시 실크로드사막을 지나 장안에 도착한 것이다.

엊그제 혜초의 여행지역을 여행한 스님 한 분이 목압서사에 오셨다. 필자도 혜초가 걸었던 일부 구간과 그가 공부했다는 곳을 답사한 적이 있어 혜초에 대한 이야기를 한참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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