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14> 가을날 회포 시로 읊은 조선 중기의 정용(鄭鎔)

어젯밤에 고향 꿈을 꾼 탓일지도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10-25 19:43:19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昨夜夢江湖·작야몽강호

국화꽃 고개 숙여 비를 맞고(菊垂雨中花·국수우중화)/ 뜰에 지는 오동잎에 가을 놀라네.(秋驚庭上梧·추경정상오)/ 오늘 아침 더욱 더 마음 슬픈데(今朝倍惆悵·금조배추창)/ 어젯밤에 고향 꿈을 꾼 탓일지도.(昨夜夢江湖·작야몽강호)

위 시는 조선 선조 때 문사인 오정(梧亭) 정용(鄭鎔·생몰년 미상)의 시 ‘秋懷’(추회·가을의 회포)로, ‘국조시산’(國朝詩刪)에 들어있다. 국화꽃이 가을비에 늘어져 비를 맞고 있다. 뜰에 오동잎이 져 떨어지는 걸 보고 가을이 깊어가는 걸 느낀다. 해마다 가을을 맞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 아침은 마음이 더 슬프고 애잔하다. 무엇 때문일까. 시인은 간밤에 고향 꿈을 꾸었다. 시인은 벼슬이 이조참판에 이른 문신이었다. 그러다 보니 늘 타향살이를 했다. 가을이 깊어지니 고향의 산천이 그리워지는 것이 당연했다.

요즈음 국화꽃이 한창 피어난다. 오동나무는 잎이 커 떨어져 뒹굴면 더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들판에는 누런 나락을 베고 있다. 감나무에는 감이 벌겋게 익어간다. 단풍도 울긋불긋해진다. 며칠 뒤면 단풍으로 유명한 피아골의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해마다 부부 동반으로 지리산 단풍을 구경하려고 목압서사를 찾는 친구들이 며칠 뒤 1박2일로 오겠다고 전화가 왔다. 지리산에서는 피아골 단풍을 최고로 친다. 해마다 친구들과 계곡을 따라 피아골대피소까지 걸어갔다 온다.

사람들은 젊었을 적에는 잘 모르지만 나이 들면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이 커진다. 고향에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없는 한 친구는 며칠 전 고향집 인근을 돌아다니며 구경하다가 그 언저리 숙소에서 하룻밤 묵고 돌아왔다고 했다. 그렇게라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풀고 싶은 게 사람의 마음이다. 시인은 점잖게 위 시를 읊었다. 아마 시를 쓴 그날 빚어둔 막걸리를 한 잔 했을 것이다. 철없이 고향에서 보내던 시절과 스승을 찾아가거나 책 보따리를 지고 산사로 들어가 공부를 하던 때가 기억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집안에 초상이 나 어제 상가에 갔다 오후 늦게 돌아왔다. 단풍놀이 차량들로 남해고속도로가 주차장을 연상할 정도로 정체가 심한 걸 봤다. 내일 27일에는 필자가 은거하는 목압마을 주민들이 전남 고흥으로 야유회를 간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3. 3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4. 4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5. 5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6. 6‘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7. 7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8. 8부산으로 이주하고, 먼 여행 떠나고…두 작가 그림이 달라졌다
  9. 9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10. 10[기고] 부산 관광 다음 키워드는 ‘건축관광’
  1. 1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2. 2홍익표 정무수석 사의 표명…후임에 최인호 HUG 사장 거론
  3. 3김민석, 신천지 논란에 “죄송…조사결과 공개해도 문제”
  4. 4회생인가 촉구 시민 목소리 1차분 6일 법원 제출
  5. 5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6. 6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7. 7[속보] 이 대통령 지지율 소폭 반등한 41%…민주36%·국힘 28%
  8. 8이 대통령, 법무장관 후보자에 이용철 지명…국세청장엔 안덕수
  9. 9김민석, 신천지 논란 재차 사과…“상처 입은 모든 분께 죄송”
  10. 10'조작기소 특검법' 오늘 與 주도 국회 본회의 처리 전망
  1. 1동남아 선정 미식여행지 부산 ‘금정산+온천’ 첫선
  2. 2‘블루 웨이브’ 환호한 美증시, 퍼렇게 질린 韓증시(종합)
  3. 3국내양식 향어 20여년간 간흡충 감염 ‘0’
  4. 4부산 외국인 관광객 400만시대 성큼... 카드소비 1조 돌파
  5. 5팔란티어 AI와 함께 만든다…부산 신발업체 창신 ‘혁신 점프’
  6. 6비에 화약 젖을라 손길 분주…400m 대형 불꽃 ‘카운트다운’
  7. 7비수도권 미분양 적체…LH 매입 신청 86% 탈락
  8. 82005 APEC 이벤트서 대표축제로…100만 인파관리 ‘근육’ 키웠다
  9. 9수능날 증시 10시 개장…애프터마켓 오후 5~8시
  10. 10한 달 새 금융사 37곳 47만 건 해킹…털린 돈도 10억
  1. 1부산대, 아시아대학평가 76위…韓 국립대 1위
  2. 2도시철 화명·수정역 사이 중간역 무산…용역비만 날렸다
  3. 3수의계약 vs 경쟁입찰…북항 돔 부지매입 공방
  4. 4시민공원서 버스킹 즐긴다…전용 공간 추진
  5. 5금정구 제2체육센터, 중투심서 또 고배
  6. 6[속보]혼자걷던 여성 5차례나 범죄대상 물색, 성폭행 혐의 30대 男 징역 4년 선고
  7. 7농어촌 기본소득 공모 탈락 거창군, 자체 조례 제정해 ‘거창형 기본소득’ 추진
  8. 8황령산 봉수대 영문 안내판 설치키로
  9. 9왼쪽 팔·다리 못 써 휠체어 의존…홀로 병마와 싸우는 60대
  10. 10문 전 대통령 거제생가 복원, 진통 끝 시의회 통과
  1. 1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2. 2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3. 3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4. 4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5. 5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6. 6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7. 7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8. 8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9. 92027 아시안컵 내년 12월로 연기…차기 감독 선임 여유
  10. 10KLPGA 상금왕·대상 놓고 ‘림-솔(서교림·김민솔) 대전’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