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21> 수절하기 어려우면 개가하라고 유언하고 죽은 여인

절의가 높은 가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11-20 20:05:46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家世以節義聞·가세이절의문

진사 임희진은 호남사람이다. 임진왜란 때 병사를 모아 왜적과 싸우다가 진주 싸움에서 죽었다. 절의가 높은 가문으로 이름이 높았다. 그 조상 중에 선비 아무개가 있었는데, 문예를 잘해서 장가들기 전 어린 나이에 향시에 장원하고 회시(會試)를 보러 상경하다 장성을 지나게 되었다. 비를 만나 객점에 들지 못하고 가다가 어느 마을에 당도했다.

任進士希進, 湖南人也. 壬辰募兵, 赴倭亂, 死於晉州之戰, 家世以節義聞. 其先祖章甫某, 有文藝. 弱冠未娶, 魁鄕解, 將赴會圍, 路由長城, 値雨違店, 到一村.(임진사희진, 호남인야. 임진모병, 부왜란, 사어진주지전, 가세이절의문. 기선조장보모, 유문예. 약관미취, 괴향해, 장부회위, 노유장성, 치우위점, 도일촌.)

위 문장은 조선 후기 대사헌·예문관제학 등을 지낸 이원명(李源明·1807~1887)의 야담집인 ‘동야휘집(東野彙輯)’에 실려 있다. 위 문장은 전체 글의 앞부분이다.

평생 수절한 한 여인이 임종을 앞두고 손·증손과 그 며느리들에게 수절의 고통을 상기시키며 억지로 수절하지 말라는 유언을 남기고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내용을 좀 더 살펴보자면, 어느 마을에 도착한 위의 선비는 한 소녀를 보고 반해 그 어미에게 접근하였지만, 박대를 당했다. 한양에 가 시험을 보고 내려오면서 다시 그 집에 들러 어렵사리 혼인을 요청해 그 소녀를 아내로 맞아들였다.

그런데 몇 년 지나지 않아 유복자 하나를 남기고 남편이 죽어버렸다. 그때 여인은 열여덟 살이었다. 어느 날 조카뻘 되는 남자가 사랑방에 머물게 됐는데 마음이 움직여 등을 들고 그 방에 들락거렸다. 계집종들이 킬킬댔다. 지쳐 방에 돌아와 꿈을 꾸었다. 꿈에서 그 남자와 마음이 맞아 손을 맞잡고 휘장 속에 들어갔는데, 돌아가신 어른이 책상다리를 하고 얼굴에 피를 흘리며 앉아있었다. 그때서야 정신이 들고 잘못을 뉘우쳤다. 그 뒤로 양가의 절개 있는 부인이 됐다. 죽을 때 손·증손, 며느리들을 앉혀놓고 “수절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기에 억지로 하지 말라는 것이니라”고 말했다고 한다.

화개 읍내에 볼일이 있어 버스를 타러 가는데, 마을 할머니들이 길가 평상에 앉아 여성의 수절을 놓고 말들이 엇갈리는 것을 들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4. 4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5. 5“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6. 6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7. 7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8. 8“‘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9. 9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10. 10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1. 1“통합 진에어, 처음 취지대로 부산 이전해야”
  2. 2“‘재정빨대’ 사과 바라시니 사과” 秋 순직 소방관 빈소 발언 파장(종합)
  3. 3퐁피두 중단에 국힘 박수영 1인 시위…시민사회 “토건 논리 부활 시도” 반발
  4. 4李 “부마와 5·18정신, 헌법에 담아야” 국회 논의 촉구
  5. 5김민석 ‘조희대 탄핵’ 밀어붙이나…국힘 “강행 땐 李 마지막 날”
  6. 6국감 후반 ETF·부동산 사찰 의혹 쟁점…김현지 증인 채택 두고는 여야 신경전
  7. 7김민석 “임기 동안 부산 직할 각오…뿌리 안착 숙제”
  8. 8추미애 “사과 바라니 사과한다” 발언에 국힘 “사퇴 바라시니 사퇴하라”
  9. 9[속보]김민석, 지역축제 중 무대인사 관련 사과…"불편 끼쳐 죄송”
  10. 10울주군의원 의정비 8.3% 인상
  1. 1부산 돼지국밥 톱3 ‘민락동 수변최고·신평동 영진·용호동 합천’…미식 열기 펄펄
  2. 2금감원 공공기관 재지정되나…쇄신안 수위 부산이전 분수령
  3. 3돌아온 ‘캪틴큐’, 한정판 위스키…편의점 취향저격 ‘酒목’
  4. 4북항환승센터 ‘3.3m 단차’ 갈등, 법원 조정안 확정으로 봉합 수순(종합)
  5. 5리밸런싱 유예 ‘부메랑’…국민연금 100일새 182조 증발
  6. 6우리 아이 가을 옷 고민 끝…신세계센텀, 키즈웨어 팝업
  7. 7국제선 유류할증료 또 인상
  8. 8‘AI 드론’으로 참치떼 찾는다…수산업 AX 대전환 본격화
  9. 9“HBM(AI 반도체) 패키지 경쟁은 얼마나 많이, 덜 손상시켜 붙이느냐의 싸움”
  10. 10기후부 지원금 다른 잣대…변전소 되고 발전소 안 되고
  1. 1동남권 최초 외국교육기관, 19일 명지서 착공
  2. 2고향사랑기부금 왜 받았나…한 푼도 활용 않는 기초단체들
  3. 3지역사회 ‘국제신문 회생인가’ 법원에 탄원
  4. 4경남도, 추가 교육지원청 신설 대신 제2청사로
  5. 5시민공원 인근 또 오염토 나왔다…이번엔 중학교 이전 부지
  6. 6부산 서구 산복도로 노후 주택가 주차난 환경개선 3곳 추진
  7. 7[한 손 뉴스] 12·12 때 숨진 김오랑 중령, 고향 김해에 추모공원 조성
  8. 8“돔? 재건축? 미래가치 따져야” “전문가 주도적 역할 부여를”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19일
  10. 10‘법조 파트너’ 격상돼 로펌행…수사정보 유출 ‘카르텔’ 우려
  1. 1김태형 유임이냐, 이동욱 전 NC 다이노스 감독·조성환 해설위원 등 새 얼굴이냐
  2. 2돈으로 우승은 못 샀다…MLB 월드시리즈 연봉 하위팀 반란
  3. 3부산시청 고은, 전국체전 金…女사격 비공인 세계신기록
  4. 4김도영의 KIA냐, 오스틴의 LG냐
  5. 5득점은 킹, 리바운드는 롱…KCC 살릴 ‘믿을맨’ 찾았다
  6. 6자금 숨통 틔웠다…LIV골프 살아날까
  7. 7[뭐라노] 롯데, 이젠 성찰할 때
  8. 8프로야구 역대급 흥행에도 쪼그라든 ‘거인 팬심’
  9. 9인종차별 당한 엄지성…英 경찰 수사
  10. 10거인 3년 연속 7위…레이예스·한동희는 날았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