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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2> 조선 전기 문신인 심의(沈義)가 대취해 쓴 시

아양곡의 높고 깊은 정취 누가 알까(誰識峨洋高與深·수식아양고여심)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2-12-27 19:12:3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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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거문고 맑은 소리 없으니(古琴澹無音·고금담무음)/태고 마음 간직해서라네.(中藏太古心·중장태고심)/세상 사람 종자기가 아니니(世人非子期·세인비자기)/아양곡의 높고 깊은 정취 누가 알까.(誰識峨洋高與深·수식아양고여심)/높고 깊은 정취 분별할 이 없으니(高深旣莫辨·고심기막변)/소리 내든 말든 오직 내 마음이네.(有聲無聲唯我志·유성무성유아지)/아아! 세상에 백아는 늘 있는데(吁嗟乎無世無伯牙·우차호무세무백아)/종자기가 없을 뿐이네.(而無子期耳·이무자기이)

위 시는 조선 전기의 문신인 대관재(大觀齋) 심의(沈義·1475~?)의 시 ‘大醉縱筆’(대취종필·크게 취해 붓 가는 대로 쓰다)로, 그의 문집인 ‘대관재난고(大觀齋亂稿)’ 권2에 있다. 그의 문집에는 술과 관련된 시 ‘인취종필(因醉縱筆)’·‘취서(醉書)’·‘취서신력(醉書新曆)’ 등 여러 편이 있다. 심의는 1507년(중종 2) 문과에 급제해 벼슬을 시작했다. 그는 직언을 잘했다. 1509년 윤대(輪對·조선 시대 문무 관원이 윤번으로 궁중에 참석해 임금의 질문에 응대하던 일)에서 당시 정세는 군약신강(君弱臣强·임금은 나약하고 신하가 강함)임을 진언했다가 공신들에게 미움을 사 여주부 교수로 좌천됐다. 그 후 한 사건에 휘말려 결국 파직됐다.

그러다 보니 울분을 삭이지 못해 자주 술을 마시고 시로 마음을 토로했다.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세상에 대한 분노가 잘 표현됐다. 백아의 거문고 솜씨를 알아본 종자기와 같은 사람이 그의 주위에는 없었던 듯하다.

그의 시 ‘醉書’(취서·취해서 쓰다)도 보자. “예봉 감추고 처세함은 속임수 많은 게고(藏鋒處世如多譎·장봉처세여다휼)/ 팔뚝 걷으면서 이름 숨기는 것 또한 재앙에 가깝네.(攘臂逃名亦近殃·양비도명역근앙)/ 늙어서야 비로소 한가로이 사는 꾀를 알았으니(老大始知閑活計·노대시지한활계)/ 장차 이 몸 뽕나무 마을에 눕히고자 하노라.(欲將身世臥桑鄕·욕장신세와상향)” 나이 들어 감출 예봉도 없이 팔뚝 걷어붙일 분노도 잊고, 뽕나무 치는 시골에 가 조용히 살면 된다는 이치를 깨달았다. 그동안 삶을 진지하게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필자가 아는 한 시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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