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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38> 남편 안귀손이 죽자 애도의 시를 지은 강릉 최 씨

이제 봉새는 날아가 돌아오지 않으니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1-17 19:55:02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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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鳳飛不下·봉비불하

봉새와 황새 함께 날았으니(鳳凰于飛·봉황우비)/화합하며 즐겁게 노래를 했지요.(和鳴樂只·화명락지)/이제 봉새는 날아가 돌아오지 않으니(鳳飛不下·봉비불하)/황새는 혼자 슬피 울어만 댑니다.(凰獨哭只·황독곡지)/머릴 긁으며 하늘에 물어봐도(搔首問天·소수문천)/하늘은 묵묵부답이네요.(天默默只·천묵묵지)/하늘은 길고 바다는 넓은데(天長海闊·천장해활)/이내 한은 끝이 없네요.(恨無極只·한무극지)

위 시는 먼저 세상을 뜬 남편을 애도하는 강릉 최 씨(江陵崔氏)가 지은 ‘悼亡夫詞’(도망부사·죽은 남편을 애도하는 글)로, ‘신증동국여지승람’ 권29 ‘문경현’에 실려 있다.

강릉 최 씨는 조선조 세종 때 이조참판 등을 지낸 최치운(崔致雲·1390~1440)의 딸이다. 최치운은 신사임당의 외할머니의 할아버지다. 그러니까 위 시를 지은 강릉 최 씨는 신사임당의 외할머니의 고모가 된다.

최 씨는 영특하여 부친의 가르침을 직접 받았고, 주자학을 도입한 안향의 후손인 안귀손(安貴孫)에게 시집갔다. 안귀손은 군기시(軍器寺) 사직(司直)을 지낸 문사였다. 그는 1498년 무오사화 때 사위 신숙빈(申叔彬)과 함께 경북 문경 가은으로 은둔하였다. 그곳에 상강정(上江亭)을 짓고, 후진을 양성하다 세상을 버렸다.

흔히 ‘봉황(鳳凰)’이라 말하는데 ‘봉새’는 수컷을, ‘황새’는 암컷을 가리킨다. 암수를 합해야 비로소 봉황이 된다. 강릉 최 씨는 죽은 남편을 봉새, 자신을 황새로 비유하였다. 봉새와 황새가 함께 노닐 때의 즐거움과 짝을 잃은 뒤 애끓는 심경을 대비해 표현했다. 하늘과 바다가 넓어도 끝이 있다고들 하지만, 남편 잃은 최씨의 한은 끝이 없다. 마침내 최 씨는 위 시를 남편의 영전에 바친 뒤 곡기를 끊고 남편의 뒤를 따랐다. 문경시 가은읍 전곡리 소양동에 최 씨를 기리는 ‘전곡리 열부 최 씨의 비’가 세워져 있다.

필자와 갑장으로 목압서사 앞마을에 사는 한 여성은 남편이 먼저 세상을 떠났다. 그 여성은 일전에 필자에게 “남편 한 번 보는데 1억 원이 든다면, 그 돈을 빌려서라도 보고 싶다”는 말을 했다. 어제 서사를 방문해 여러 질문을 하고 가신 85세 할머니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다. 그러다 보니 위 시가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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