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1> 춥고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읊은 두보

동전 한 푼을 남겨두고 보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1-31 20:33:17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푸른 잣은 써도 먹을 만하다지만(翠柏苦猶食·취백고유식)/ 새벽노을로 어찌 밥을 짓겠는가.(晨霞高可餐·신하고가찬)/ 세상인심 모두 어수선한데(世人共鹵奔·세인공로분)/ 나의 길도 곤궁하기만 하네.(吾道屬艱難·오도속간난)/ 우물 얼어 밥을 지을 수도 없고(不餐井晨凍·부찬정신동)/ 의복이 없어 밤잠자리는 춥기만 하네.(無衣牀夜寒·무의상야한)/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럽고 곤란할까 봐(囊空恐羞澁·낭공공수삽)/ 동전 한 푼을 남겨두고 보네.(留得一錢看·유득일전간)

위 시는 중국 최고의 시인으로 평가받는 두보(杜甫·712~770)의 ‘空囊’(공낭·빈 주머니)으로, ‘두공부집(杜工部集)’ 등에 실려 있다. 추운 겨울 주머니까지 빈 가난한 자신의 처지를 읊은 시다. 곤궁한 삶에다 한겨울 한파에 힘들어하는 모습이 시 전반에 ‘괴롭게’(?) 흐른다. 세상 사람 인심조차 차가운데 우물물마저 얼어 밥도 지을 수 없다. 난방시설이 제대로 되지 않은 데다, 의복조차 변변찮아 추위 속에 밤잠도 편히 못 자는 고달픈 신세를 탄식한다. 이처럼 곤궁한 처지이니 당연히 주머니도 비었으리라. 그런데 동전 한 닢을 남겨 두고 있다. 그 동전은 시인의 자존심이다. “주머니가 비어버리면 부끄럽고 곤란할까 봐(空囊恐羞澁)/ 동전 한 푼을 남겨두고 보네(留得一錢看)”라고 한 두 구절에서는 끼니를 거르더라도 시인으로서, 선비로서 체면만은 잃지 않으려는 두보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은 곤궁하고 춥게 살아본 적이 있다. 지금도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은 이 시에 깊이 공감할 것이다. 밥을 굶더라도 주머니에 비상금 한 푼은 넣어둔다. 이 한 푼에 의지하여 살다 보면 또 살길이 열리기도 한다. 어떤 이들은 “지금이 더 인정이 메말랐다”고 말한다. 강한 한파가 전국적으로 지속되었다. 물가와 난방비가 많이 올라 모든 사람이 걱정한다. 날씨가 추우니 난방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추우면 주머니가 넉넉하지 않은 서민의 살림살이가 더욱 어렵다. 주머니가 비게 되면 마음이 더 힘들어진다. 그런 사람들에게 두보의 시가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기온이 조금 올랐다고 하지만 여전히 날씨는 춥다. 곤궁하면 마음이 더 서럽고 춥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4. 4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5. 5“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6. 6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7. 7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8. 8“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9. 9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0. 10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5. 5“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9. 9“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10. 10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