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43> 하서 김인후가 정월대보름날 밤에 쓴 시

밝은 달은 본래부터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네(明月奉無私·명월봉무사)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2-07 19:02:46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높고 낮은 것은 땅의 형세에 따라서이고(高低隨地勢·고저수지세)/ 이르고 늦은 것은 하늘의 시간에 따라서이네.(早晩自天時·조만자천시)/ 사람들의 말에 어찌 다 개의하겠는가(人言何足恤·인언하족휼)/ 밝은 달은 본래부터 사사로움이 없는 것이라네.(明月奉無私·명월봉무사)

하서(河西) 김인후(金麟厚·1510~1560)가 정월대보름날 밤에 지은 오언절구 ‘上元夕 ’(상원석)으로, 그의 문집인 ‘하서집(河西集)’에 수록돼 있다.

대보름날이 엊그제였다. 대보름과 관련해서는 한시가 제격이라 독자 여러분과 함께 감상해보고자 한다. 첫 행의 뜻은 똑같은 달이라도 산 위에선 낮게 뜬 것으로 보이고, 들판에선 높이 뜬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둘째 행에서는 달이 일찍 뜨느냐, 늦게 뜨느냐 문제는 사람과 아무런 관계 없는 하늘의 시간에 따른 결과임을 말한다. 셋째 행은 높니 낮니, 이르니 늦느니 하는 사람들 말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 뜻이다. 마지막 행에서는 밝은 저 달의 움직임은 본래 욕심이나 사사로움이 없다고 시인은 강조한다.

몇 년 전까지는 목압서사가 있는 지리산 화개골 목압마을에는 정월대보름날이면 집마다 오곡밥을 해 먹었다. 그런데 이번 대보름에는 거의 해 먹은 집이 없다고 한다. 이 골짝은 예전 생활전통이 많이 남아 있다. 필자는 평소 정부기관이나 학계에서 이 분들 삶의 양식을 보존하거나 생활사적으로 연구해놓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덕은다원에는 106세 할머니가 건강하게 생활하신다. 81세 아들은 청년이다.

마을 할머니들은 지금도 집에 무슨 일이 있으면 새벽에 정한수를 떠놓고 소원을 비신다. 지리산 산간마을이어서 할머니들은 산나물을 많이 해 드신다. 특히 할머니들은 집 주변에 심은 아주까리 잎을 따 쪄서 쌈을 싸 먹거나 나물을 해 밥에 비벼 드시는 걸 좋아하신다. 그런데 한 번씩 찾아오는 자식·손주들이 아주까리 잎을 꺼리다 보니 점차 멀리한다고 했다.

마을 할머니들이 해 드시던 음식은 화전민처럼 살던 선조들의 독특한 음식문화다. 화개골 음식을 조사해 ‘화개골 음식전시관’(가칭)이라도 만들었으면 하는 필자의 바람이 지나친 것일까?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오늘이슈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3. 3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4. 4[도청도설] if, 손아섭
  5. 5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6. 6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7. 7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8. 8[포토에세이] 가을의 꽃 코스모스
  9. 9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10. 10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1. 1가덕 공사비 증액 ‘강제’ 아닌 ‘권고’…법개정 정부 초안 논란
  2. 2北 “국경선 확성기 외 새 대응수단 대기” 연일 대남 협박(종합)
  3. 3최길수 특별감찰관 청문보고서 채택
  4. 4공소청 첫 국감 ‘李 공소 취소’ 공방…檢 총장 대행 “검토·지시 한 바 없어”
  5. 5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6. 6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7. 7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8. 8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9. 9[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10. 10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1. 1부산에 엔비디아 전용 생산라인 선다(종합)
  2. 2북극항로 개척자 “유빙·극한환경서 새 희망 봤다”
  3. 3로그인 없이 서버장악 가능…전 세계 ‘PHP’ 보안 비상
  4. 4부산시대 연 HMM, 올해만 6조원 투자
  5. 5서낙동강 수변입지에 4Bay 구조…실속 갖춘 59㎡ 단일평형 차별화
  6. 6부산 온 인도 구자라트주 대표단, 지역기업과 조선·금융 협력 모색
  7. 7[한 손 뉴스] 낙상·실종 막는 ‘스마트신발’…부산TP, 노약자 지원 확대
  8. 8부산건설사·대기업, 상생협력 머리 맞댄다
  9. 9흑백요리사 셰프, 국내산 수산물 해외 홍보 나섰다
  10. 10한은 기준금리 3% 동결…긴축 유지, 속도조절 속 내달 다시 인상 가능성(종합)
  1. 1전국 언론인 청와대 앞 집결…“국제신문 대주주 엄벌” 촉구
  2. 2부산 재정자립도 1위 강서구, 생활임금 도입 나홀로 거부
  3. 3되돌아와 수로 출구 앞에서 맴도는 부캉이
  4. 4공공 건설현장인데…추락 안전망 없고 감독 태만 부지기수
  5. 5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23일
  6. 6취임하자마자…도시철 파업 막기 숙제
  7. 7구조하다 놓친 익수자 숨진 채 발견
  8. 8특검팀, 마산합포구선관위 등 투표자수 허위 입력 6곳 추가 확인
  9. 9부산 다문화 고교생 5년새 2배…정작 한국어학급 ‘0’
  10. 10“거제 양대 조선소와 상생 협의…남부내륙철도에 행정력 집중”
  1. 1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2. 2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3. 3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4. 4‘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5. 5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6. 6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7. 7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8. 8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9. 9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10. 10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