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水村山郭酒旗風·수촌산곽주기풍
천리에 꾀꼬리 울고 신록과 꽃 아름다운데(千里鶯啼綠映紅·천리앵제록영홍) 강마을 산마을에는 주점 깃발이 펄럭이네.(水村山郭酒旗風·수촌산곽주기풍) 남조 때엔 사찰이 사백 팔십 개 있었다는데(南朝四百八十寺·남조사백팔십사) 그 많은 누대가 안개 속에 비를 맞고 있네(多少樓台烟雨中·다소루대연우중)
위 시는 당나라 시인 두목(杜牧·803~853)의 ‘강남의 봄(江南春·강남춘)’으로, 그의 문집인 ‘번천문집(樊川文集)’에 있다. 강남 천리에 봄이 와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한 모습을 그렸다. 남조 시대 사찰 등을 시에 잘 버무려 상상력이 확장된다. 이곳은 당나라 때 양주(揚州)로 불린 남경이다. 두목은 회남절도사 우승유의 서기로 일하면서 이곳에 3년 정도 머물렀다. 두목이 31세 때인 833년에 위 시를 지은 것으로 추정된다. 대체로 강남이라면 장강(양쯔강) 아래 지방인 상해·남경·항주·소주·영주·양주·소흥 등을 일컫는다.
남조는 남북조시대 중 하나로 420년에 동진(東晉)이 망한 뒤 세워진 송(宋)·제(齊)·양(梁)·진(陳) 네 왕조를 아울러 일컬으며, 진나라가 망한 589년까지를 가리킨다. 이 시기 모두 건강(建康)을 수도로 삼았다. 건강은 오나라 손권이 도읍한 건업(建業)으로 오늘날 남경이다.
두목은 풍채와 외모가 준수했다고 한다. ‘춘향전’에 “취과양주(醉過揚洲) 귤만거(橘滿車)의 두목지(杜牧之) 풍채로구나”라는 구절이 있다. 두목이 술에 취해 양주의 기루 거리를 지나가면 아가씨들이 귤을 던져 수레에 가득했다는 말이다. 인기가 대단했던 모양이다. 위 시에도 주점 깃발이 바람에 펄럭인다고 했다. 그는 시 ‘청명(淸明)’에서 “술집이 어디냐고 물으니(借問酒家何處在·차문주가하처재)/ 목동이 살구꽃 핀 마을을 가리키네.(牧童遙指杏花村·목동요지행화촌)”라고 썼다. 술을 무척 좋아했던 것 같다. 하기야 당나라 때 유명 시인치고 술을 안 좋아한 이가 어디 있던가?
우리는 두목처럼 술 한잔 걸치고 호기롭게 봄 풍광을 시로 읊을 수는 없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매화·산수유·영춘화 등 사방에 피고 있는 봄꽃을 구경하고 즐길 수는 있다.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