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58> 채수가 꽃 키우는 이겸의 집을 방문해 쓴 글

어떤 것은 은자의 고독한 형상을 닮았다(或如隱逸者之幽獨·혹여은일자지유독)

  •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4-02 18:42:17
  •  |   본지 1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산기슭을 둘러 흙으로 계단을 만들고 그 바깥에 울타리를 쳐, 그 사이에 갖가지 화초를 심었는데 좌우에 형형색색으로 만발해 있었다. 어떤 것은 군자의 맑은 정신을 닮았고, 어떤 것은 미녀의 요염한 모습 같았으며, 어떤 것은 부귀한 자의 화려함을 닮았고, 어떤 것은 은자의 고독한 형상 같았다.

回山麓, 築土階, 籬于其外, 雜植花草于其間, 形形色色, 紛披左右, 或如君子之淸淑, 或如美人之妖艶, 或如富貴者之華麗, 或如隱逸者之幽獨.(회산록, 축토계, 이우기외, 잡식화초우기간, 형형색색, 분피좌우, 혹여군자지청숙, 혹여미인지요염, 혹여부귀자지화려, 혹여은일자지유독.)

위 문장은 나재(懶齋) 채수(蔡壽·1449~1515)의 수필 ‘꽃을 키우는 집(養花軒·양화헌)’의 부분으로, 그의 문집인 ‘나재집(懶齋集)’ 권1에 들어있다. 1482년 8월 사헌부 대사헌으로 있던 채수가 성종의 비(妃)였다가 폐위된, 연산군의 생모 윤씨(尹氏)를 위해 글을 올린 일로 해직돼 고향인 경상도 함창(현 상주)에서 지내고 있었다. 그때 벗인 취수옹(醉睡翁) 이겸(李謙·생몰년 미상)이 같은 고을에서 꽃을 키우며 유유자적했다. 위 글은 채수가 이겸의 집을 찾아 꽃을 보고 썼다. 군자와 닮은 연꽃, 미녀의 요염한 외모를 닮은 복숭아꽃, 부귀한 자의 화려한 모습은 모란이었다.

화개십리벚꽃 축제는 어제 끝났다. 지난달 31일 저녁 목압서사에서 ‘3월 인문학 초청특강’이 열렸다. 강사는 전남 강진 백운동에서 차를 만들며, 이한영차문화원장을 맡고 있는 이현정 박사였다. 그녀는 일제강점기 애국운동의 일환으로 ‘백운옥판차(白雲玉板茶)’라는 상표등록을 해 우리 차를 지킨 이한영(1868~1956)의 직계 후손이다. 강의 주제는 ‘다산이 그리워한 백운옥판차’였다.

다산 정약용이 강진에서 귀양살이 할 때 월출산 아래 백운동별서정원에 살던 제자 이시헌에게 차 만드는 법을 가르쳐줬다. 이시헌은 스승이 해배돼 경기도 남양주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계속 차를 보내드렸다. 이시헌은 물론 그의 후손은 100여 년 동안 다산 가문에 차를 보냈다. 백운옥판차를 만든 이한영은 이시헌의 후손이다. 이날 보니 이현정 박사도 꽃을 아주 좋아하는 것 같았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2. 2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3. 3'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4. 4[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5. 5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6. 6'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7. 7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8. 8[속보] 트럼프 “UFC 회장에 백악관 대변인 제안, 광기 어린 좌파로부터 우리 지켜야”
  9. 9양산 주남산단, 자금 조달 지연에 2028년까지 연장
  10. 10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1. 1靑 국정상황실장에 울산 연고 김태근 비서관, 2기 참모진 개편 PK 전면에
  2. 2오세훈, 증시 폭락 직격... “국민연금으로 지방 선거용 주식도박"
  3. 3[속보]이용철 법무장관 후보, 청문 준비 돌입…12일 준비단 첫 출근
  4. 4장동혁 “중도확장, 말로하는 연대·통합으로 되는 것 아냐”
  5. 5서영교 “조작기소 특검법안 ‘대통령 이해충돌’ 논란은 헛소리”
  6. 6임광현 “소방재원 확보 위해 미래대응기금 활용, 국회와 긴밀 협의”
  7. 7[속보]당정 “소방 필수투자에 2조원 재정지원…지방부담 완화 검토”
  8. 8빚더미 회사에…돈 더 빌려줘 체불 해결하려는 능인선원
  9. 9청와대 정무수석에 최인호 HUG 사장 지명
  10. 10청해부대 임무, 호르무즈 650㎞ 앞까지 확대…해상초계기도 투입(종합)
  1. 1부울경, “동남권 광역 철도망 확충은 30분 생활권 완성에 꼭 필요”
  2. 2'中 스파이 연루설' 젠슨 황 딸, ‘가족 문제’로 방한 취소
  3. 3'저출생 여파' 내년 초등입학생 역대 첫 20만명대로 감소 유력
  4. 4“평소 접하기가 힘들었던 전통주 맛보고 싶다면 꼭 들르세요”
  5. 5녹색전환 핵심 ‘전기화’, 기업10곳 중 3곳만…“인센티브 필요”
  6. 6올해 3분기 상용직 증가분 75%는 60세 이상…20·30대는 감소
  7. 7식품·외식 분야에서 ‘웰니스 소비’ 앞으로도 지속된다
  8. 8제3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총회 9일 개막…"K-GX 전략 소개"
  9. 91249회 로또복권 1등 14명…당첨금 20억2505만 원
  10. 10[속보]"'블루웨이브 쇼크'에 세계증시 시총 하루만에 4800조 원 증발"
  1. 1부산·울산·경남 영하권 초겨울 추위…일교차 유의
  2. 2[속보] 서울에 벌써 ‘첫 눈’ 내렸다... 작년보다 26일 빨라
  3. 3부산시, 국제e스포츠연맹에 임대료 유상 전환 통보... 사무국 해외 이전 우려
  4. 4양산 주남산단, 자금 조달 지연에 2028년까지 연장
  5. 5정풍송 노래비 건립 재추진 움직임에 밀양시의회 “반대”
  6. 6부산서 부탄가스 난로 폭발 사고... 2명 화상
  7. 7[속보] 검찰총장 인선 절차 연기... 후보 추천위 이달 중 개최 예정
  8. 8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9. 91월부터 공석 김해공항장, 내정자도 없어… 이유 물어도 ‘답변거부’
  10. 10금관가야 왕도 김해, 내년 '고도' 지정 도전
  1. 1‘승률 98.6%’ 배드민턴 안세영,사상 첫 2시즌 연속 11승
  2. 2삼성, 12년 만에 한국시리즈 정상 탈환…통산 9번째 우승
  3. 3승부는 원점…‘홈런 공장’ 대구서 거포들의 전쟁
  4. 4페이즈 신들린 블로킹 9개…읏맨, 시작부터 웃었다
  5. 5태권도, 北 전통무술로 각인될라
  6. 6거인 4인방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첫 우승 이끈다…한동희·최준용 중책
  7. 7롯데 전설 故 최동원, 야구인 최초 ‘올해의 스포츠영웅’
  8. 8코르다, LPGA 올해의 선수상 조기 확정
  9. 9동의대 미식축구부 타이거볼 4강 진출
  10. 10레이예스 맑음…이이무라 흐림…‘로·비’ 안갯속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