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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60> 조선 시대 기생 설죽(雪竹)이 봄에 그리움을 노래한 시

나직한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가 눈물짓네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4-09 19:57:44
  •  |   본지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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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海棠花泣小墻東·해당화읍소장동

봄단장 서둘러 끝내고 거문고 타는데(春粧催罷倚焦桐·춘장최파의초동)/ 주렴에 붉은 햇살 가벼이 차오르네.(珠箔輕盈日上紅·주박경영일상홍)/ 밤안개 짙게 끼고 아침이슬 흠뻑 내리니(香霧夜多朝露重·향무야다조로중)/ 나직한 동쪽 담장 아래 해당화가 울고 있네.(海棠花泣小墻東·해당화읍소장동)

조선 전기의 기녀 설죽(雪竹)의 시 ‘春粧(춘장·봄단장)’으로, 이덕무의 ‘청장관전서’와 홍만종의 ‘시화총림’ 등 여러 문헌에 언급돼 있다. 이수광의 ‘지봉유설’에도 위 시와 함께 작자가 기녀 설죽이라고 기록돼 있다. 그녀의 이름은 얼현(孼玄)이고, 자호는 취죽·설창·월련·취선 등으로 알려져 있다. 위 시에서 시인의 시선은 담장 아래 어여쁜 해당화를 향한다. 이슬을 이별의 눈물, 사랑의 상처로 이해할 수도 있다. 간밤 짙은 안개는 그리움이다. 거문고를 안은 시인의 모습에서 우리는 임의 부재를 알 수 있다.

설죽은 1550~1600년대 경북 봉화 유곡(닭실마을)에서 여종으로 태어났다. 이 마을의 안동 권씨, 석천 권래(權萊)의 여종이었다가 석전 성로(成輅)의 비첩으로 10여 년 살았다. 이후 전라도 등지에서 기생으로 20년 세월을 보냈다. 46세 이후에는 재상가의 첩으로 지냈으며, 만년에 고향 유곡으로 돌아와 생을 마쳤다. 그녀의 시를 한 수 더 보자. 시제는 ‘郎君去後(낭군거후·님 떠나신 뒤)’이다.

“낭군님 떠나가신 뒤 소식이 끊겨(郎君去後音塵絶·낭군거후음진절)/ 봄날 청루에서 홀로 잠드네.(獨宿靑樓芳草節·독숙청루방초절)/ 촛불 꺼진 사창에서 한없이 우는데(燭盡紗窓無限啼·촉진사창무한제)/ 두견새 울어 배꽃도 달도 지네.(杜鵑叫落梨花月·두견규락이화월)” 화창한 봄인데 임은 떠나간 뒤 소식이 없다. 청루에서 잠을 청해보지만 잠은 오지 않고 눈물만 흐른다. 우는 것은 혼자만이 아니다. 두견새도 울고 배꽃도 지고 달도 진다.

황진이의 한시가 8수, 매창의 한시가 58수 현전하는데 설죽의 한시는 166수나 전해진다. 그제 울산 시울림시낭송회원 30여 명이 화개골짝으로 문학기행을 와 여러 곳을 함께 다녔다. 한 회원이 설죽에 대해 질문해 설명을 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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