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261> 차 마시는 지리산 심(深) 스님에게 시 읊어 송별한 유방선

선정에서 깬 뒤 향기로운 차 즐겨 달이시리라

  • 조해훈 시인·고전인문학자
  •  |   입력 : 2023-04-11 19:40:16
  •  |   본지 16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出定香茶好自煎·출정향차호자전

전날에도 정처 없었는데 오늘이라고 갈 곳 있으랴(昔非有往今何往·석비유왕금하왕)/ 남북으로 오고 감도 또한 우연이리라.(北去南來亦偶然·북거남래역우연)/ 해지면 원숭이 그림자 너머로 홀로 가실 테니(落日獨行猿影外·낙일독행원영외)/ 밤에는 학 울음 옆에서 외로이 읊조리시리라.(淸宵孤嘯鶴聲邊·청소고소학성변)/ 거침없이 지었던 옛 시구를 한가로이 고치겠고(揮毫舊句閒相改·휘호구구한상개)/ 선정에서 깬 뒤 향기로운 차 즐겨 달이시리라.(出定香茶好自煎·출정향차호자전)/ 부끄럽게도 나는 오랫동안 티끌세상에 얽매여(愧我久爲塵世累·괴아구위진세루)/ 타향에서 몸이 묶여 세월만 보내겠지.(異鄕瓠繫過年年·이향호계과년년)

위 시는 유방선(柳方善·1388~1443)의 ‘지리산 심 스님이 떠나기 앞서 시를 청하기에 그 자리에서 입으로 부르다(智異山深上人臨行索賦 輒口號·지리산심상인임행색부 첩구호)’로, 그의 문집 ‘태재집(泰齋集)’ 권3에 있다. 지리산에서 수행하며 시 짓고 차 마시는 심 스님이 유방선을 찾아와 지내다 돌아가며 시를 청하기에 바로 입으로 지었다. 심 스님의 일상을 읊어 송별했다.

지리산 화개골에서 승려가 된 서산대사 휴정(1520~1604)이 읊은 시 ‘두류산 내은적암에서(頭流山 內隱寂庵·두류산 내은적암)’에 “…/ 시냇 물속의 달을 함께 길어 와서는(共汲一澗月·공급일간월)/ 차를 달이면서 푸른 연기 나눈다네(烹茶分靑煙·팽다분청연)”이 있다. 심 스님은 서산대사보다 130여 년 앞서 태어났다. 심 스님보다 후세의 승려인 초의선사(1789~1866)는 ‘동다송(東茶頌)’에서 지리산 화개동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차밭이 있으며, 야생차밭이 무려 사오십 리에 걸쳐 있다고 했다.

유방선보다 12년 앞서 태어나 영의정을 지낸 하연(河演·1376~1453)은 문집 ‘경재집(敬齋集)’ 권1에서 ‘지리산 스님이 햇차를 보내와(智異山僧送新茶·지리산승송신차)’ 시와 ‘판서 민의생이 중국으로 사행 떠날 때 화개 차를 주며 전별함(閔判書 義生 朝天 以花開茶奉贐·민판서 의생 조천 이화개차봉신)’ 시에서 화개골 차를 읊었다. 지난 10일 필자는 목압서사 뒤 차산에서 올해 첫 녹차를 한 움큼 따 덖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시사난장] 풀숲에 버려진 ‘영도다리의 뼈’
  4. 4“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7. 7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8. 8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9. 9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10. 10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李 대통령 지지율 1%p 하락 39%…민주 국힘 경합
  6. 6靑 “DMZ 지뢰폭발 사건 북한의 사과와 조치 요구”
  7. 7[속보] 장동혁 “투표지 육안으로도 많은 문제…특검, 진실 밝혀야”
  8. 8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9. 9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10. 10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4. 4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5. 5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6. 6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7. 7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8. 8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9. 9‘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0. 10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3. 3“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4. 4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5. 5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6. 6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7. 7착취 당한 男 장애인 구조해도…부산엔 임시거처조차 없다
  8. 8국회 복지위 ‘침례병원 정상화’ 정부 결단 촉구
  9. 9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0. 10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1. 1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2. 2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